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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멈췄다, 시청률 때문에…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7-03 09:07



SBS 예능 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의 심장이 멈췄다. 10개월 남짓 시청자들을 만난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경영 논리 앞에 1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다. 옆에 있을 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한 아쉬움이 빈 자리에 들어찬다.

어느 새 소방대원 복장이 자연스러워진 조동혁, 장동혁, 전혜빈, 최우식은 이날 마지막 출동을 나갔다. 방송 초기 응급구조 현장에서 당황해하던 모습은 간 데 없고 긴박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대처할 정도로 능숙해진 모습이, 마지막이라서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들은 지난 시간 자신들이 얼마나 성장했고 성숙해졌는지 돌아보며 언제일지 기약 없는 '시즌 2'를 기대했다.

'심장이 뛴다'를 통해 성숙해진 건 출연진뿐만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시민의식도 성숙해졌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소방대원들의 희생정신에서 숭고한 생명의 가치를 배웠다. 더불어 소방대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도 공유했다. 사이렌 소리에 둔감했던 귀도 활짝 열렸다.

특히 구급차에 길을 터주자는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이 '상식'을 설명하기 위해 '심장이 뛴다'는 다양한 사연을 소개하고 캠페인을 펼쳤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절단된 환자는 구급차 앞길을 가로막는 이기적인 운전자 때문에 결국 수술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포항의 한 산모는 출근길 교통 체증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의 양보와 배려 덕분에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포항부터 부산까지 꽉 막힌 고속도로가 양쪽으로 쫙 갈라지는 기적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감동하고 전율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앞장서 공익광고를 찍고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며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알린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모세의 기적'은 국회를 움직여 개정 법안 입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단지 의식 개선에만 머물지 않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것도 '심장이 뛴다'가 지닌 공익성과 진정성을 주목하게 했다.

하지만 방송사는 이 프로그램의 호흡기를 강제로 떼버렸다. 시청률이 낮고 광고 판매가 부진하다는 이유였다. 시청률이 낮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청률이 저조하기는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심장이 뛴다'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3.2%(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동시간대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 기록한 4.0%보다 불과 0.8% 포인트 뒤졌을 뿐이다. 강호동도 4%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마당에 '심장이 뛴다'의 시청률만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수익성 낮은 프로그램이 하나쯤 있다고 해서 방송사가 당장 망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심장이 뛴다'의 후속 프로그램은 '매직아이'다. '매직아이'는 지난 5월 파일럿에서 시청률 3.8%를 기록했다. '심장이 뛴다'와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MC는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 김구라다. 출연진 몸값과 제작비를 따져봐도 '심장이 뛴다'보다 수익성 면에서 '저비용 고효율'이라 말하긴 무리다.

방송사가 공공재로서 존재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건 무척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SBS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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