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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거두는 '살인'.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 중 가장 무거운 형벌을 부르는 중죄다. 행위의 극단성으로 인해 문화, 예술의 모티브로 많이 씌였고, 여전히 그렇다. '성악설'적 근거에서 가면을 벗은 인간의 민낯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 극단적 설정이 가능한데다 미스터리적 요소를 풍성하게 첨가할 수 있어 대중 문화를 대표하는 영화의 소재로 끊임 없이 등장한다. 새해 영화계도 어김 없다.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5일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살인자'와 다음달 6일 개봉 예정인 외화 '프로즌 그라운드'. 모두 실존했던 연쇄 살인범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논란은 그동안 주로 사이코 패스로 그려졌던 기존의 살인마와 다른 이중적 모습으로 인해 촉발됐다. 영화를 연출한 이기욱 감독은 독특한 연쇄 살인마 캐릭터를 창조해낸 배경에 대해 "연쇄 살인마 강호순이 자기 아들만은 끔찍이 아끼며 아들에겐 평범한 아버지로 보이고 싶어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한없이 잔혹하지만 아들에게만은 아버지이고 싶어하는 연쇄 살인마라는 모순적인 캐릭터를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잔인한 살인마 강호순에 대한 반감이 겹쳐 논란이 번지자 제작진과 주연 배우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기욱 감독은 최근 시사회 자리에서 "영화를 통해 나쁜 어른들 아래서 자라는 순수한 아이들을 묘사하고자 했다. 이 나쁜 어른들의 가장 극단적인 비유가 살인자였다. 이 영화는 살인자를 미화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살인자의 비참한 최후를 그리며 그를 응징하는 영화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인자를 미화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응징하는 영화라는 요지. 주인공 마동석은 "영화를 보시고 나면 공감하시겠지만, 절대 그런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악인을 옹호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 캐릭터는 굉장히 비참하게 살다가 처참하게 죽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이 살인자를 처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좋아서 참여한 것이고, 개인적으로 다시는 저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미화 논란을 일축했다.
니콜라스 케이지, 존 쿠삭이 열연한 '프로즌 그라운드' 역시 전 세계를 뒤흔든 충격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 영화.
알래스카의 연쇄살인범 로버트 한센은 1970년대부터 1980년 대 초까지 약 13년에 걸쳐 20명 이상의 여성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만 골라 살해하며 '여자 사냥꾼', '트로피 헌터'라는 별명으로 불린 실존 인물이다. 거리를 떠도는 여자들을 비행기에 태워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깊은 숲으로 데려가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면 알몸으로 내쫓은 뒤 짐승을 잡듯 사냥총으로 사냥을 한 뒤 얼음 땅 속에 묻었다. '프로즌 그라운드'는 땅이 녹기 전까지 시체를 발견할 수 없는 알래스카의 특성 상 한센의 완전범죄 의도를 암시한 제목. 존 쿠삭이 한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로버트 한센 역을 소화하기 위해 사이코패스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연구를 한 쿠삭은 "나는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 결론을 내렸다. 끔찍한 소리지만, (살해하는 장면일 때) 정말 즐거워하는 것"이라며 충격적인 연쇄살인마의 연기 비법을 밝히기도 했다.
'살인 미화' 논란 속에 개봉하는 영화 '살인자'와 '프로즌 그라운드'. 실존한 연쇄 살인마를 모티브로 한 두 영화가 관객들의 공분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할 지 관심을 모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