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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부실한 잔칫상에 먹을 것은 없었다. 30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MBC 연기대상 시상식은 유난히 부진했던 2013년 MBC 드라마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황후' '백년의 유산' '금나와라 뚝딱' '오로라 공주' '스캔들' 등 일부 흥행작에만 수상자가 몰렸고, 후보들의 대거 불참으로 맥 빠지는 결과가 속출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공동수상과 나눠주기 관행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긴장감은 실종되고 피로만 쌓였던 4시간의 시상식. MBC는 또 한번 전파낭비를 한 셈이 되고 말았다.
미니시리즈-특별기획-연속극 세 부문으로 세분화된 최우수상 후보는 총 20명. 이들이 곧 대상 후보였지만 권상우, 송승헌, 고현정, 최강희, 문근영을 비롯해 무려 9명이 불참했다. 참석한 후보 중 유일하게 하지원이 상을 받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대상 수상자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우수상 후보 22명 중 이준기, 김소연, 박하선,이상윤, 정일우 등 배우 14명의 모습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구가의 서'의 수지는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던 고현정을 누르고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고현정과의 비교를 떠나서 수지의 활약은 그 나름대로 칭찬받을 만했다. 하지만 출석상이란 오명은 그 트로피가 지닌 의미마저 퇴색시켰다.
수상 기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대상 하지원, 최우수상 주진모, 우수상 지창욱을 비롯해 7개의 트로피를 싹쓸이한 '기황후'는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막장 시어머니의 등장으로 비난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백년의 유산'은 올해의 작가상과 올해의 드라마상을 포함해 5관왕에 올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오로라 공주'도 신인상 오창석과 전소민을 배출하며 선전했다.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김보연은 "임성한은 무명배우를 한국의 대표로 만드는 유일한 작가"라고 치켜세웠고, MBC는 진행자의 입을 빌려 "매회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흥미로운 반전이 있는 드라마"라며 자화자찬했다. 막장의 필수요소인 출생의 비밀, 불륜, 이복형제 등 자극적인 설정을 두루 갖춘 '금나와라 뚝딱'도 4개 부문에서 수상행진을 이어갔다.
시청률 위주의 시상이 하루이틀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타 방송사와 달리 MBC는 막장 드라마가 유독 많았고 그 드라마들이 대부분 흥행했다. 그리고 MBC 연기대상은 시청률만 높으면 논란이나 작품성의 결함은 상관없다는 듯이 문제작들에게 상을 몰아줬다.
반면에 웰메이드이지만 시청률이 낮았던 작품들은 철저히 외면 당했다. 2주간의 탈주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 열혈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은 '투윅스'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교육 현실을 리얼하게 그린 '여왕의 교실'은 아역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사회성 짙은 작품을 일부러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진다.
'밀어주기'식 대상, 올해도 반복됐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은 파업 중에도 수개월간 월화극 정상을 지킨 '빛과 그림자'의 주역 안재욱을 빈손으로 돌려보내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마의'로 대상을 수상한 조승우가 "안재욱 선배께 죄송하다"고 말했을 정도.
올해도 MBC는 종영한 작품이 아닌 현재 방영 중인 '기황후'의 하지원에게 대상을 안겼다. 물론 하지원은 설명이 필요 없는 훌륭한 배우다. 그러나 전체 50회 중에서 이제서야 18회 방송을 끝낸 '기황후'가 수상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시청률이나 공헌도 면에서 다른 작품보다 압도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기황후' 밀어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상 후보 기준도 매해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해엔 최우수상 '수상자'들이 대상 후보가 되는 방식을 택했고, 올해는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최우수상 '후보'는 모두 대상 후보로 삼았다. 그보다 앞서 2011년에는 작품에 상을 주는 드라마대상으로 변경하기도 했고, 2010년과 2008년에는 대상을 공동 수여해 논란을 자초했다. 시청자들의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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