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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에서 시작된 드라마 제목 논란은 지난 23일 첫 방송한 SBS 월화극 '수상한 가정부'에까지 이르렀다. 또 예전 같지 않게 제작진들도 여론에 밀려 제목을 바꾸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자주 드러나지 않던 드라마 제목 문제가 쉽게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제목 논란은 비단 '수상한 가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 방송한 드라마 '착한 남자'는 '차칸 남자'라는 제목이었지만 한글단체 등의 비난에 첫 방송이 나간 후 제목을 변경하는 이례적인 일을 벌이기도 했다. KBS2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 역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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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가정부'의 김형식 PD는 "작품 내에서 가정부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단어 때문에 작품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란다"며 "가정부라는 말 대신 가사도우미, 가사관리사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원작인 '가정부 미타'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던 것일 뿐, 직업군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관련 단체들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정부'라는 단어에 대해 비난하는 단체들은 "가사일을 전문으로 하는 가사노동자는 가정관리사라고 불러야 옳은 표현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예전 '식모들'의 경우에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의미가 굉장히 컸기 때문에 제작진도 제목을 수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었다. 하지만 '착한 남자'의 경우는 바뀐 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맞춤법에는 틀리는 단어지만 드라마의 내용상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드라마의 제목 변경은 창작의 영역이라는 것에서는 논란이 될만한 소지는 다분하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는 완벽히 창작물이다. 소설이나 시에서도 이런 표현을 제재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유독 드라마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수상한 가사도우미'나 '수상한 가정관리사'로 바꿀 수는 없지 않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점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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