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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은 우리 드라마에서 과연 '필요악'일까. 새로운 장르들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도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는 국내 드라마시장에서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지상파 3사에 편성된 드라마에서는 꼭 한편 이상의 기억상실증을 다룬 드라마들이 전파를 탄다. 그렇다면 이 소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년의 유산'은 이미 극 초반에 '기억상실증'을 이용했다. 민채원(유진)은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려다 사고를 당한후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이후 기억이 돌아와 방영자(박원숙)의 악행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이 종영한 MBC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서미도(신세경)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하며 한태상(송승헌)과 이재희(연우진)을 속이는 모습이 전개됐고 SBS 아침극 '당신의 여자'에서도 오유정(이유리)는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다.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많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병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머리를 부딪혀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뇌에 강한 물리적 타격으로 생기는 기억상실증 보다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커다란 정신적 충격등으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또 기억상실증이라는 단어 자체도 의학용어가 아니다. 의학계에서는 '건망증(Amnesia)'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기억 상실증에서 손실이 일어나는 기억은 대부분 본인과 관련된 것들이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며 "게다가 드라마에서처럼 극적으로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부분 기억을 잃은 채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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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매력, 살리는 방법?
하지만 드라마 속 기억상실증이 지적받는 이유는 개연성 없이 극적 흥미만을 위해 기억 상실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드라마를 더 진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 요즘처럼 정보가 곧 힘인 시대에 기억상실증은 작가들에게 꽤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이 소재를 자주 활용하는 것은 곧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소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로인해 기억상실증을 활용한다고 지적하기보다는 개연성 있는 기억상실증 활용을 촉구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