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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켜면 日드가 나온다?' 리메이크 열풍 어떻게 볼까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4-17 07:14


3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첫사랑에 실패한 후 의미 없는 삶을 사는 오수(조인성)와 부모의 이혼과 오빠와의 결별, 갑자기 찾아온 시각 장애로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오영(송혜교)이 만나 차갑고 외로웠던 그들의 삶에서 희망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2월 13일 첫 방송된다. 조인성(왼쪽부터), 송혜교, 정은지, 김범이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2013.01.31/

TV만 켜면 일본 드라마가 나온다? 일반 시청자들이라며 무슨 말인가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말은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알게 모르게 일본 드라마 이른바 '일드'가 한국 TV에 등장하고 있다.

지상파 돌아가며 '日드' 틀기?

마지막회 시청률 15.8%(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숱한 화제를 일으켰던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는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새로운 드라마로 창작했다지만 전체적인 얼개나 해피엔딩을 같다.

'그 겨울'의 바톤은 KBS2 월화극 '직장의 신'이 이어 받았다. 김혜수 오지호가 주연을 맡은 '직장의 신'은 일본 NTV에서 지난 2007년 방송한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파견사원 오오마에(시노하라 료코)가 계약직 만능사원 미스김(김혜수)가 됐을 뿐이다. 특히 '직장의 신'은 만화같은 일본식 연출을 그대로 본 따와 초반부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혜수와 함께 국내 몇 안되는 단독 주연급 여배우 고현정도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을 택했다. 고현정을 일본 드라마 '여왕의 교실' 리메이크작에 캐스팅돼 오는 6월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같이 일본 드라마가 한국 시장에 슬며시 침투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해만 해도 '닥터진' '아름다운 그대에게' '홀리랜드' '프러포즈 대작전' 등이 '일드' 리메이크 작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이어 지상파 방송 3사가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만큼 지상파 방송 드라마국이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BS 2TV 드라마 <직작의 신> 제작발표회가 25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렸다. 김혜수가 제작발표회에 앞서 석사 논문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직장의 신>은 자격증만 120개를 보유했지만 만능 계약직으로 살고 있는 미스김(김혜수)과 그를 둘러싼 직장 동료들의 일과 사랑을 코믹하게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로 4월 1일 첫 방송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2013. 03. 25/
'日드' 틀기만 하면 성공?

하지만 '일드'가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봄날'이나 '꽃보다 남자' '공부의 신' '그 겨울'처럼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다. '연애시대'나 '프레지던트'처럼 시청률은 기대에 못미쳐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도 많다. 하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일본 드라마를 베껴오는 수준으로 혹평을 받은 경우다. '요조숙녀'나 '결혼 못하는 남자' '장난스런 키스'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문제는 이런 작품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리메이크가 무조건 나쁘다고 폄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10편 남짓이 선보이는 드라마 시장에서 국내 작가들이 번역가 수준으로 변질되거나 급기야 설 자리를 잃어버린 다는 것이 문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를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다고 모두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케이블 채널이나 종편은 PD군이 얕기 깨문에 좋은 신인 작가가 나와도 키우기가 힘들다"며 "탄탄한 PD군을 보유하고 있는 지상파에서 신인 작가를 키워줘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 컨텐츠 시장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 지상파는 MBC 월화극 '구가의 서'처럼 잘 만든 창작 판타지도 안방극장에서 통하는 시대가 됐다. 고른 장르에서 능력있는 작가들이 배출돼야 한류도 더 퍼져나갈 수 있다"며 "지상파는 요즘도 흥행성을 보장 받은 작가들만 찾는 경향이 많다. 지상파라면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신인 작가들을 키워줄 의무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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