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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 '무관' 안재욱, 암울한 시기 '빛' 돼줬지만 '그림자' 취급만 당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1-01 12:09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MBC 연기대상 결과를 두고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2 MBC 연기대상에서 안재욱은 특별기획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받지 못했다.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들이 자동으로 대상 후보가 되는 방식에 따라, 일찌감치 대상 수상에 대한 기대도 좌절됐다. '마의'로 대상을 받은 조승우는 "안재욱 선배님께 가장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첫 드라마로 최우수연기상과 대상까지 휩쓴 조승우보다 안재욱의 무관이 더 큰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의 '이변'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MBC 연기대상의 '이변'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안재욱은 '마의' 조승우와 '해를 품은 달' 김수현과 함께 2012년 MBC 연기대상의 가장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혔다. 시청률 면에서나 공헌도 면에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28일부터 2012년 7월 3일까지 무려 7개월간 방영된 '빛과 그림자'는 MBC를 먹여살린 효자 드라마였다. 시청률이 20% 중반까지 치솟으며 동시간대 경쟁작들을 한자릿수 시청률에 주저앉혔고, 수개월간 월화극 정상을 장기집권했다. 특히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무려 3개월 동안 시청률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더구나 이 시기는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MBC가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빛과 그림자'는 급격히 나빠진 제작 여건 속에서도 월화극 정상을 지키며 MBC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파업 때문에 후속작의 준비가 늦어지자 미니시리즈 한 편에 맞먹는 분량인 14회를 연장하면서 후속작에게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애초 50부작으로 기획된 '빛과 그림자'가 고질적인 생방송 촬영에 시달리면서도 14회나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안재욱의 동의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재욱은 초겨울에 시작한 '빛과 그림자'가 3개의 계절을 지나 여름에 막을 내리기까지 선후배, 동료 배우들의 구심점이 되어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책임졌다.

암울한 시기에 MBC 드라마에 '빛'이 돼줬던 '빛과 그림자'는 이번 연기대상에선 철저히 '그림자' 취급을 당했다. 전광렬의 황금연기상 수상과 손담비의 여자 우수연기상 수상이 전부였다. 반면에 '빛과 그림자'와 같은 시기에 시청률 40%를 넘긴 '해를 품은 달'은 무려 9개의 트로피를 독식하며 잔치를 벌였다. '빛과 그림자'와 성적이 비슷한 '메이퀸'도 6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시청률 10% 초반에 불과한 '보고싶다' 역시 6개, '신들의 만찬'은 4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번 연기대상은 드라마대상에서 다시 배우에게 상을 주는 연기대상으로 변경한 뒤, 부문을 세분화해 트로피를 골고루 나눠줬다. 특별기획 부문, 미니시리즈 부분, 연속극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면서 최우수상 수상자를 무려 6명씩이나 배출했다. 신인상도 남녀 2명씩 4명, 중견배우에게 수여된 황금연기상도 4명에게 수여하며 공동 수상을 남발했다. 나눠먹기 문제야 하루이틀의 일이 아닌 만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 나눠먹기에서 '빛과 그림자'가 홀대받아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정이 어렇다 보니, 네티즌들도 이번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시상식 하루가 지난 31일까지도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안재욱'과 '빛과 그림자'가 오르내렸다. SNS에서는 음모론과 외압설까지 제기됐다. '빛과 그림자'가 1970~1980년대 쇼비즈니스 세계와 당시의 어두운 시대상을 그리면서 박정희 정권과 유신시대를 비관적으로 표현한 것 때문에 수상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다. 네티즌들은 "연기대상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 "벌써부터 MBC가 정권 눈치보기를 하는 것인가" "안재욱이 무관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안재욱 수상 불발 때문에 조승우까지 불편해졌다" "MBC 연기대상이 막장드라마"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뮤지컬 공연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시상식장으로 달려와 동료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안재욱은 "죄송하다"는 조승우의 얘기에 "미안하면 도로 내놓던지"라며 화통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아니었다면 MBC 연기대상은 진짜 막장이 됐을 거란 사실을 MBC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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