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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 심의가 시행 일주일 만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영등위 측에서는 "업계는 영등위 등급분류기간이 오래 걸려 마케팅에 차질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등급분류 처리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다"고 자평했지만,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폐지설'이 거론되고 있는 것. 그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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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사전 등급 심의제도? 1차 문제 발발
주요 목적은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것. 방송사 심의를 받는 숏타임 버전 뮤직비디오와 달리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 완본에는 과감한 표현이 담긴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게재되는 영상에서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요소들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작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뮤직비디오는 새 앨범 컨셉트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그려낼 수 있는 수단인데 의상과 안무, 스토리 라인에 제약이 걸리면 초기 제작 의도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또 순환 주기가 빠른 가요계에서 초반 프로모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오랜 시간 앨범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지만, 유통사와의 계약 관계 때문에 발매일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춰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급박하게 앨범을 만들고 프로모션 일정을 정리하는 상황에서 사전 심의까지 받아야 한다면, 앨범 발매일 이후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심의를 받아내지 못해 심의용 영상을 따로 제작해야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몇 억을 들여 준비한 초반 프로모션에 힘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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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수많은 구멍, 한류에 찬물 끼얹을 수도…"
계속된 논란에 영등위 측에서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14일 수정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우선 등급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 카라의 신곡 '판도라' 뮤직비디오 논란은 이런 문제점이 전면에 드러나게 된 계기다. 카라는 Mnet을 통해 '판도라' 뮤직비디오 심의를 받았고,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같은 심의 결과를 두고 한쪽에서는 선정성 논란이 제기됐고, 또 다른 측에서는 "카라보다 훨씬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를 사용한 팀들도 있었고, 인터넷에 음란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 정도를 두고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15세' 등급 분류 기준이 모호했다는 방증이다. 방송사 별로 다른 심의 결과를 받았을 땐, 어떤 등급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난감하다.
해석에 따라 심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박지윤 '성인식' 뮤직비디오가 사전 심의를 받는다고 한다면, 영상 중간에 피가 떨어지는 장면을 두고 '첫경험'이라고 해석을 하면 19세 관람가가 되는 것이고, '미싱에 손을 다쳤다'고 해석을 하면 전체 관람가가 될 수 있다. 해석에 따라 심의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영상은 관리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영상에만 제약을 걸다 보면 K-POP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등위는 24일 사전분류를 받지 않고 유튜브에 '원 오브 어 카인드'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지드래곤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다. 영등위 측은 "유튜브에 게재되는 경우에도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시범운영 기간이라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진 않을 예정이다. 잘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사전 문의도 없었기에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조치가 한류 열풍에 해를 가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유튜브 등을 통해 다른 국가 아티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심의를 받아야 하므로 공개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고, 등급 표시를 해야 하니까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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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개정된 법률이 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업계 관계자들뿐 아니라 윤종신 은지원 장기하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SNS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 등 온라인 상에서 사전 심의 제도 폐지를 외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4일 발의된 다음 아고라 청원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제도를 반대합니다'는 15일 만에 목표 인원 1만 명을 돌파할 정도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을 필두로 정치권에서도 뮤직비디오 사전 심의 의무규정을 삭제하고 자율적·사후적으로 심의케 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뮤직비디오 사전 심의 제도가 계속된다, 3개월 만에 폐지된다, 6개월 만에 폐지된다는 등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기준도 없고 이 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느 장단에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