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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데뷔곡도 없는 신예들이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SBS '서바이벌 오디션-K팝스타'(이하 K팝스타)의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 등이 소속사를 정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주가가 들썩였다. 주요 출연진의 계약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22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등 가요계 빅3의 주가는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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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의 영입이 발표되고 하루 뒤인 22일 JYP Ent는 전거래일보다 11.10% 급등한 4505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가치를 단순히 시가총액으로 평가해 본다면, JYP Ent의 시가총액은 939억원에서 1043억원으로 104억원 증가했다. 박지민 영입이란 '한 방'으로 100억원이 뛴 것이다.
JYP Ent는 요즘 주식시장에서 체면을 구기는 굴욕 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99억2265만원에 영업적자 24억6581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에는 5억원의 영업 이익을 냈지만 대부분 전 소속 가수인 비가 거둔 실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민과 함께 백아연 박제형 등 'K팝스타' 3인을 영입하면서 주가가 급탄력을 받았다. 소속 가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JYP Ent 주주들에게는 이들의 영입 소식은 '가뭄의 단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후 그래프를 살펴보면 고개를 절로 갸우뚱하게 된다. 'K팝스타'의 '약발'이 그리 길게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엔 125원이 하락하며 4380원으로 마감됐다. 그 뒤에는 24일 4425원, 25일 4485원으로 소폭 상승을 기록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게 사실이다.
박지민이란 호재는 '1일 천하'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모멘텀을 만들어내기 위한 숨고르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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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은 빠르게 식었지만, 박지민이랑 카드는 주식시장에서 여전히 무시못할 호재다. '거위의 꿈'으로 환상적인 무대를 꾸몄던 박지민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는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이미 탁월한 가창력이 검증됐고, 스타성까지 겸비했다. 기획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상반기 내에도 능히 큰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더욱이 수익배분구조도 기존 스타들에 비해선 JYP Ent에 훨씬 유리하다.
가요계 관행대로라면, 빠른 데뷔가 정석이다. 방송으로 달궈진 팬들의 환호가 가라앉기 전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JYP Ent의 고민이 시작된다. 지나친(?) 수익 발생은 오히려 투자자들을 움츠려 들게 할 수 있다. JYP Ent가 가진 궁극의 목표는 모기업과의 합병이기 때문이다.
2010년 말 가수 비의 소속사 제이튠엔터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한 JYP Ent의 소속 연예인은 박진영과 미쓰에이가 전부다. 원더걸스 2AM 2PM 등이 속한 모기업인 비상장 JYP와 합병을 해야만 주식시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 정도의 위상을 갖출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JYP Ent의 주가 상승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진영(44%)과 로엔엔터테인먼트(25%) 등 비상장 JYP의 대주주들이 합병비율에서 손해를 보면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지민 등의 맹활약과 수익 창출이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한류 탓에 주가가 너무 오르는 바람에 지난 3월 합병 보류를 선언했던 상황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주 투자 전문가는 "합병이 가능한 JYP Ent의 주가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2000원대 초반이라는 분석이 많다. 합병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감안하면 'K팝스타' 출신들의 영입으로 인한 수익 증가가 호재가 아닌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JYP 관계자들은 'K팝 스타' 출신들이 모기업이 아닌 JYP Ent와 전속 계약을 맺은 이유를 비롯해 최근 주식 시장의 반응과 관련해서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선 이를 염두에 둔 셈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수익 증가의 가능성과 합병을 향한 가능성, 그 사이를 오가며 투자자들에게 모두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박지민 등의 활동에 완급을 조절하게 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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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YG는 'K팝스타' 영입 발표 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주가 급등을 경험했다. 22일 당시 YG는 8.2% 오른 4만900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입을 포기한 SM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 SM은 22일 패밀리 콘서트인 'SM타운 라이브' 공연이 LA에서 성황리에 끝났다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K팝 스타' 영입 포기 사실이 알려지며 2.25%(4만900원)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하이 파워'. YG는 오디션 2등 카드를 집어들며 오히려 그간의 하락 추세를 벗어나 주가 수직상승을 맛볼 수 있었다. 박지민과 치열한 우승경쟁을 한 이하이의 스타성에 주식시장이 더 예민하게 반응을 한 것이다.
물론 '제2의 빅마마'로 불리는 수펄스에 대한 기대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YG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3사 중 가장 많은 5명을 영입했다. 이하이와 이미쉘, 이승훈을 필두로 수펄스의 부활을 염두에 두고 이정미와 이승주까지 한 식구로 만들었다.
수펄스는 방송 당시 박지민, 이미쉘, 이정미, 이승주가 이룬 팀. 예선 때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 군 바 있다. YG는 그 뒤 수펄스의 부활을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를 발빠르게 감지, 이들을 영입한뒤 프로모션 행사까지 신속하게 진행했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의 승리라 평가될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하이나 수펄스의 경우 엄청난 가창력으로 이미 폭넓은 연령대의 팬을 확보했다"며 "또 상대적으로 어린 박지민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이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이하이 등이 바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동시에 장기적으로 YG에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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