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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드라마는 흥행 불패의 장르로 꼽힌다. 올해 초 종영한 '브레인'을 비롯해 '종합병원' '해바라기'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등 의학을 소재로 다룬 많은 작품들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균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브레인'은 8년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신하균에게 연말 연기대상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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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방송되는 MBC '닥터진'이 '메디컬 전쟁'의 서막을 연다. 2012년의 천재 외과의사가 1860년대 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래서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으로,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다. 수술복을 입은 송승헌과 조선시대 풍운아 이범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다.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의 유사성 때문에 '닥터진'과 대립각을 세웠던 SBS '신의'도 판타지를 버무렸다. 현대의 여의사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 속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의학보단 정치와 로맨스에 무게가 실린다.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 콤비, 김희선과 이민호의 만남이 기대를 모은다. 8월 첫 방송을 예정하고 있다.
공교롭게 '제3병동'과 방영 시기가 겹치게 된 MBC '골든 타임'은 지방의 종합병원에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주인공이다. '파스타' 권석장 PD와 또다시 손잡은 이선균이 '하얀거탑' 이후 두번째로 흰 가운을 입었고, '브레인'의 신경외과 과장 역을 맡았던 이성민도 가세했다. 부산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골든 타임'의 뒤에는 '의학 사극'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조승우가 데뷔 13년만에 처음 출연하는 드라마 '마의'다. 말을 고치는 수의사에서 임금을 치료하는 어의가 된 실존인물 백광현이 주인공이다. '대장금' '이산' '동이'를 연출한 '명장' 이병훈 감독과 조승우의 만남에 벌써부터 방송가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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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학 드라마에 열광할까?
의학 드라마는 제작 기간도 길고 제작비도 많이 드는 편이다. '브레인'의 경우 실제로 맹장염 같은 간단한 수술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수술실 세트를 완벽하게 꾸몄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비싼 의료장비를 들여와야 하니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의학용어 때문에 스트레스로 잠을 못 잤다"는 신하균처럼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어려운 대본도 부담스럽다. 거기에 수술하는 장면까지 직접 소화해야 하니 베테랑 배우에게도 의학 드라마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의학적 사실과 관련한 내용에서는 픽션이 허용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의료 자문도 받아야 한다. 5월 초 촬영을 시작한 '닥터진'의 송승헌 측 관계자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설정이라서 대본에 의학 용어가 덜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현대 의료장비가 아니라 과거의 기구들로 사람들을 치료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현대 분량에선 실제 의사들의 조언을 받으며 수술 장면을 찍었다"고 말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학 드라마 제작이 봇물을 이루는 건 역시 흥행 파워 때문이다. 기존의 지상파 3사는 물론 케이블 채널들도 앞다퉈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는 데다 종편채널까지 가세해 어느 때보다 리모컨 경쟁이 치열하다. 생존하기 위해선 흥행이 보장된 컨텐츠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의학 드라마에 열광할까? 그 답은 의학 드라마가 주로 외과를 배경으로 한다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외과는 수술을 집도하는 곳이다.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수술 장면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기적 같은 반전 속에 휴머니즘과 감동의 메시지를 버무리기에도 좋다. 이는 드라마의 '극성'을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최고 권위자 자리를 둘러싼 의사들의 암투와 남녀의 로맨스도 재미를 보탠다.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도 인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병원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곳이면서 동시에 미지의 세계라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학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아이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층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올 여름 '메디컬 전쟁'에서 시청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배우들의 자존심 싸움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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