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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배우 이혜영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연극 '헤다 가블러'
10여 년 전 이혜영이 출연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막달라 마리아를 맡았던 그녀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비련의 여인을 소화해냈다. 약간의 금속성이 느껴지는 특유의 강렬한 목소리로 국립극장 무대를 휘저었던 그녀의 연기는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입센의 후기작인 '헤다 가블러'는 주어진 상황과 운명에 불편함을 느끼며 해방을 원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아버지의 성을 고집하는 헤다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 즉 결혼, 사랑, 친척과의 우애, 성공과 섹스에 대한 욕망 등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냥 '헤다'이고 싶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세상은 그녀에게 강요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 박정희 연출이 "헤다를 할 배우는 당신 밖에 없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보여줬다. 다만, 카리스마가 너무 강하다보니(?)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이 부분적으로 매끄럽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헤다의 정신분열적이고 불안한 면모도 역설적으로 덜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김수현 호산 강애심 김성미 김정호 등 출연. 28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