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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서형 "모가비는 아까운 캐릭터"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3-29 16:01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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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비 캐릭터가 아까워요. 이 여자를 중심으로 영화 한편이 만들어 질 것 같은, 그런 멋진 인물이잖아요."

만나자마자 "도대체 그런 악역은 뭔가요"라고 대뜸 뜬금없는 질문부터 던졌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 한 가정을 파탄내고도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준 신애리는 극한의 분노를 표출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함을 내지르는 연기가 많았다. 그런데 같은 악역이어도 모가비는 달랐다. 뇌쇄적인 눈빛으로 섬뜩함을 그려내는 김서형의 연기를 한마디로 표현할 길이 없어 앞뒤 자르고 물었더니 그 역시 모가비라는 캐릭터에 매료된 듯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그는 숨겨운 발톱을 드러내는 반전의 캐릭터 모가비를 매력적으로 묘사하며 극의 후반부를 장악했다.

그룹 총수인 진시황 회장(이덕화)의 무한한 신임을 받는 도덕성을 갖춘 미모의 비서실장으로, 그룹의 패권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인물로 비쳐졌지만 결국 자기 손으로 진시황 회장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파렴치한으로 돌변해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이 모든 것을 눈빛 하나로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상상만으로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으로부터 나중에 반전이 있을 거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어요. 저 스스로도 궁금해 하면서 혼자서 상상을 하면서 눈빛을 던졌어요. 제가 신인 때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하하."

그는 인기 드라마 '자이언트'의 제작진과 주연배우 이범수, 이덕화 등과 다시 뭉쳐 또 한 번 대박을 터트렸다.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그러나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또 흥행 성적이 좋아도 나이가 들수록 차츰 배역의 한계에 부딪히는 여배우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는 전작인 '자이언트'에서 이미 성인 연기자의 어머니 역할을 맡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37살이었던 그는 5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배우 박진희와 모녀지간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자이언트'의 유경옥을 선택하기까지는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엔 단숨에 거절했었어요. '이건 연기로 봐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더라구요. 결국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서글픈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막상 받아들이고 나니 연기하기 수월했어요." 사실 그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끝낸 뒤 현실이 생갭다 냉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모가비 캐릭터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그는 "나도 언젠가 엄마나 이모 역할만을 맡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이혜영 선배님과 같이 또 다른 엄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를린'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극중 북한 사투리를 구사할 예정이다. 또 이미 촬영을 끝낸 영화 '인류멸망보고서'가 내달 개봉된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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