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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12일 13라운드 2차 경연을 끝으로 시즌1의 막을 내렸다. 거미, 적우, 이영현, 김경호, 이현우, 박완규는 혼신을 다해 최상의 무대를 꾸몄고, 7주 연속 생존한 김경호는 명예졸업을 하면서 시즌1의 아름다운 이별을 책임졌다. 이날의 시청률은 9.9%(AGB닐슨). 화려한 시작과는 달리 끝은 비교적 차분했지만, '나가수'가 남긴 빛과 그림자는 시청자들에게 선명한 잔상을 남겼다.
나는 '음악'이다
잊혀져가던 명곡들에 대한 재조명과 리메이크 열풍은 아이돌 일색이던 음원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그것을 가능케 한 가수들의 수준 높은 공연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내며 음악의 힘을 새삼 느끼게 했다. 12일 마지막 방송에서 '나가수'의 자문 위원단도 "음악이 10~20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대중들에게 편곡이란 장르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가수들과 뮤지션들의 실력이 놀라웠다"고 시즌1을 평가했다.
MBC 내부적으로도 '나가수'는 5~6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밤'의 옛 명성을 되찾아준 효자 상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렇게 획기적인 포맷을 만들어서 안착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다. 리얼버라이어티로 도배된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폭넓게 열어준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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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에 쏟아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첫번째 경연부터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논란'이 불거졌고, '나가수'의 산파 김영희 PD는 프로그램에서 하차까지 했다. 그 이후에도 순위에 대한 논란, 탈락자 선정 방식에 대한 논란, 특정 가수에 대한 특혜 논란 등이 끊임없이 '나가수'를 괴롭혔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과도한 피로감을 안겼다.
'나는 성대다' 논란, '막귀 논란'도 되새겨 봐야 할 화두를 제시했다. 성대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성량을 폭발시킨 무대가 청중평가단에게 선택되면서 즐기는 음악은 사라지고 이기기 위한 음악으로 점점 변질돼 갔다. 호주 경연에서 조규찬이 탈락한 후 개그맨 이병진은 "듣는 귀에도 '시즌2'가 필요하다"는 고언을 남기기도 했다.
포맷의 변화 없이 익숙한 틀 안에서 경쟁만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지루하다는 혹평과 함께 시청률도 떨어졌다. 가수들에게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주지 못하는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절실하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나는 '시즌2'이다
시즌1 덕분에 대중들의 '듣는 귀'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시즌2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 잣대도 보다 엄격해질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경쟁이 주는 피로감을 낮추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예능의 본질인 '웃음'을 조금 더 가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연우는 1라운드만에 탈락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나가수' 이후에 더 사랑받았다. 이처럼 가수들의 캐릭터를 적극 발굴하는 것도 '나가수'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웃고 즐기면서 경쟁할 수 있다는 걸 시즌2는 보여줘야 한다.
음악적으로도 좀 더 폭넓은 무대를 끌어안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가수' 초반에 YB 윤도현은 자신들의 음악이 소수 마니아만 즐기는 록 장르이기 때문에 금방 탈락할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하지만 YB의 활약 덕에 록 장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김경호나 박완규 같은 로커들의 무대도 사랑받을 수 있었다. 힙합, 재즈, 인디음악 등 비주류 장르에 대한 관심을 열어서 새로운 가수들을 참여시키고 장르적 다양성을 확보해 지루함을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 시비를 원천 차단하는 일이다. 시즌2에서 가수들의 경연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득표율을 공개하거나 평가방법을 다각화함으로써 '논란'을 피해가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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