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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이 2011년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의 드라마 과정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통해 지상파 TV 드라마를 총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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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와 '뿌리깊은 나무'는 올 한 해 방영된 사극 가운데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대왕의 대업인 한글창제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대업을 이루기 일주일 전 벌어진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을 내세워 미스터리 스릴러로 독특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특히 '욕하는 세종' 캐릭터가 신선함을 더하며 배우 한석규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덕분에 두 작품 모두 사극의 진화를 보여줬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가 좀 더 새로운 맛을 보여준 듯 하다. 84명이 '뿌리 깊은 나무'를 더 진화한 작품으로 봤고, '공주의 남자'는 17명으로부터 진화한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뿌리깊은 나무'를 더 진화한 작품으로 꼽은 교육생은 "기존 원작을 드라마틱하게 잘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빠른 전개와 연출의 완성도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새로운 캐릭터 표현과 치밀한 구성, 현재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 등을 이유로 '뿌리깊은 나무'를 지지했다.
'공주의 남자'를 지지한 교육생들은 "야사 속 주인공과 관련된 한 문장을 모티브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다", "로맨틱 사극이라는 새 장을 연 듯한 느낌이다. 퓨전사극처럼 가볍지 않게 조선시대 로맨스를 살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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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품이 또 있다. 바로 지난해 방영된 KBS2 '추노'. 노비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려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작품의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곽정환 PD의 연출력도 드라마의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한민국 사극은 '추노'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이 작품이 남긴 의미는 크다.
이로 인해 곽정환 PD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PD, '공주의 남자'의 김정민 PD가 새로운 형식의 사극을 선도하는 연출가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들 가운데 곽 PD가 56명의 지지를 얻어 가장 사극 연출을 잘 하는 연출가로 뽑혔다. 장태유 PD는 38명, 김정민 PD는 12명이 각각 지지했다. 그러나 "사극의 연출을 누가 더 잘 했느냐보다 각각 어떠한 장점이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피드감은 '추노', 섬세함은 '뿌리깊은 나무', 서정성은 '공주의 남자'가 으뜸"이라는 평가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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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동안 웰메이드 드라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위 막장 드라마도 많았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정수는 단연 SBS '신기생뎐'이었다. 교육생 75명이 '막장의 최고봉'으로 '신기생뎐'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느닷없는 빙의 설정이 치명타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KBS1 '웃어라 동해야'가 11표로 불명예 2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MBC '불굴의 며느리'(8표), SBS '웃어요 엄마'(6표), MBC '천번의 입맞춤'(2표) 순이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