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와의 첫 섹스가 좋았냐, 라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다. 나는 술에 취하면 몸이 둔감해지는 안 좋은 체질을 갖고 있는 데다가 그날 나와 벗은 몸으로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그 남자 곁에서 머리만 복잡했다. 내가 잘한 행동일까, 이래도 됐던 것일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서 한 번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약속 있다는 핑계로 그를 보내고 말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집에 가려는 그의 팔을 끌어당겨 먼저 키스를 한 건. 주춤거리는 그의 입술은 이내 부드럽게 반응해왔고 그렇게 우리는 하룻밤을 보냈다.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그 남자는 사랑에 빠졌다! 매일 밤 한 시간이 넘도록 통화를 하고 난 뒤에도 몇 분 뒤 보고 싶다고 다시 전화 걸어오는 남자, 아침이면 제일 먼저 잘 잤냐고 물어오는 남자, 목소리만 들어도 설렌다고 뛰어오는 남자,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마주 앉은 손을 꼭 잡아오는 남자, 애인이 생겼다고 친구들에게 당장 자랑하는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남자의 여자친구가 되었다.
나에게도 남자에게 먼저 키스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여하튼 사랑은 좋은 거니까. 결국에 내볼 만한 용기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