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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 줄줄이 흥행 성과, 관객층 두터워진 이유는?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12-06 10:02 | 최종수정 2011-12-06 10:03


올해 독립영화 중 최단기간에 1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진제공=아담스페이스

길고양이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18일 만에 1만 관객을 넘긴 '고양이 춤'. 사진제공=인디스토리

10만 관객을 넘긴 인디 외화 '50/50' 포스터. 사진제공=프레인

'작은 영화'들이 줄줄이 빛나는 흥행 성과를 내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독립영화 관객 1만명은 상업영화 관객 100만명과 같다'는 것이 오래된 정설이다. 상업영화 히트작은 관객 100만명을 단시간에 훌쩍 넘기는 일이 많아, 이같은 말이 별 것 아닌 듯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소리소문없이 몇십만 관객만을 동원하고 사라지는 대형 상업영화도 많은 만큼 100만(독립영화계에선 1만)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아주 크다.

성인용 잔혹 스릴러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에 등극한 뒤 지난달 개봉, 5일까지 1만6816명이라는 '엄청난' 스코어를 기록했다. 꾸준히 관객이 들고 있어 2만 관객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또 길고양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고양이 춤'도 지난달 17일 개봉 뒤 18일 만에 1만 관객을 넘겼다.

해외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인디 외화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상반기에는 청소년들의 살인을 다룬 일본영화 '고백'이 예상을 뛰어넘는 4만3375명의 관객을 모았고, 지난달 24일 개봉된 할리우드 인디 영화 '50/50' 또한 수많은 11월 화제작 속에 10만 관객 돌파(5일 기준, 10만3465명)를 해냈다. '작은 영화'를 찾는 관객층이 이전보다 확실히 두터워졌다는 뜻이다.

이같은 성과가 이어지는 데는 무엇보다도 급성장한 SNS의 덕분이 컸다. 올해 상반기 나란히 1만 관객을 넘긴 '파수꾼' '혜화, 동' '무산일기' 등 '독립영화 삼총사'는 모두 트위터 등 SNS에서 퍼진 좋은 입소문 덕을 봤다. 또한 이 영화들을 맡은 작은 제작사와 배급사들은 스스로 SNS를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무산일기' 측은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트위터를 자체적으로 개설했고, '혜화, 동' 민용근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성실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답했다. '고양이 춤'은 아이돌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선 영화다. 2PM 준호와 티아라 은정이 트위터에서 '저 영화 보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글을 남겨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GV(관객과의 대화)가 많았다는 점도 이 영화들의 특성이다. 상업영화의 스타 배우들이 팬과의 만남에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은 반면, 독립영화의 감독 및 배우들은 GV에서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직접 얘기해주고 함께 사진촬영도 마다하지 않는 등 팬 서비스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파수꾼'의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은 이같은 팬 서비스로 영화를 서너 번 보는 열혈 팬들을 만들어냈다. 각종 블로그는 이들에 대한 뜨거운 '팬심'으로 들끓었다. '혜화, 동'의 민용근 감독은 "GV를 약 80차례 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흥행과 스타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이뤄낸 독립영화계의 올해 수확은 내년의 '작은 영화'들에도 큰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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