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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조연' 전성시대, 음지에서 더 빛나는 '연기의 달인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1-23 16:12


'내가 제일 잘나가!'

바야흐로 '명품조연' 전성시대다. '작은 역할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이들은 그 작은 역할을 '미친 존재감'으로 크게 키우면서 작품의 성패까지 좌우하고 있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도, 언제나 그렇듯 조연 부문이 가장 혼전이다. 고창석, 류승룡, 유해진, 장광, 조성하 등 남우조연은 다섯 후보 모두에게 공동수상을 안기고 싶을 만큼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여우조연 역시 마찬가지다. 류현경과 유선이 2년 연속 이름을 올렸고, 60대 파워 김수미의 존재도 무시무시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고창석

조성하

성동일

김정태

류현경.

김수미
남자 명품조연, 40대부터 전성기

남자배우들이 자주 하는 두 가지 말이 있다. "남자배우 전성기는 서른다섯살부터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게 좋다." 하지만 명품조연들의 나이대는 조금 더 올라간다. 40세를 기점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나란히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고창석, 류승룡, 유해진은 모두 1970년생 동갑내기로 올해 41세이고, 조성하도 1966년생으로 올해 45세다. 또 성동일과 박철민은 44세, 성지루와 오달수는 43세, 김상호는 41세, 김정태는 39세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영화팬들 곁에 나타났지만, 이들은 보통 20대 초반에 연기를 시작해 십수년간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쌓은 내공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연기의 달인'들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주연급으로 발돋움하지는 못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존재들이다. 영화의 재미와 감동 포인트가 명품조연들에게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이돌급 스케줄, 바쁘다 바빠

충무로에서 제일 바쁜 사람도 바로 명품조연들이다. 박철민은 올해 영화에서만 무려 8개 작품에 얼굴을 비쳤다. 목소리 출연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해 '위험한 상견례' '7광구' '수상한 고객들' '투혼' '오직 그대만' 'Mr. 아이돌'에 출연했고 '오싹한 연애'도 12월 개봉한다. 고창석은 '퀵'과 '고지전' 'Mr. 아이돌'에, 성동일은 '아이들…' '수상한 고객들' '의뢰인' '특수본'에 출연했다.


류승룡은 올해 초 본의 아니게 '아이들…'과 '평양성'을 동시에 극장에 내걸었고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 등 블록버스터 두 편으로 짜릿한 흥행맛도 봤다. 그래서 요즘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 중에는 여러 작품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하며 오래오래 생명력을 갖는 명품조연을 목표로 세우는 경우도 많아졌다.

충무로가 명품조연에 주목하는 이유

명품조연이 각광받는 상황을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충무로가 주연배우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티켓파워를 가동할 수 있는 스타급 배우들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명품조연들의 실력과 내공에 새삼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러명이 고루 주연의 역할을 나눈 영화들이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명품조연들은 코믹과 진지함, 선함과 악함 등 연기의 영역도 훨씬 넓다는 것도 장점이다. 작은별이 있어 큰별이 더 빛나 보인다지만, 요즘 명품조연들의 존재감은 큰 별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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