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충동적으로 밤을 보내고, 이튿날 여자가 매달리자 남자는 말한다. "똑같이 즐겼으면서 이제 와서 왜 이래?" 여자는 그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진다. "너도 좋았잖아. 그랬으면 된 거잖아?"
여자에게만 순결이 강요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여자에게 섹스는 어떤 인연의 의미를 갖는다. 남자와의 관계에서 여자가 느끼는 즐거움은 오르가즘에 한정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든든함, 그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받는 여러 가지 혜택들, 어쩌면 그런 것들이 여자를 행복하게 하기도 한다. 어떤 여자들은 애인이라는 명목으로 남자에게 생활비를 도움 받는다. 매일 주말마다 남자가 마트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먹고도 남을 식료품을 사주기도 한다. 또 어떤 여자들은 기념일에 값비싼 선물을 받기도 하고,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살만큼 남편이 월급통장을 내밀며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한다. 여자들은 절대로 여러 남자들과 잠자리했던 사실을 자랑하지 않는다.
업소여자와는 당연히 돈이 없으면 즐길 수 없다. 애인도 사랑을 주지 않고 즐길 수 없다. 그런데 그 사랑에는 돈이 든다. 배우자는 인생을 바치지 않으면 고정적으로 즐길 수 없다. 여자들은 자신에게 헌신하지 않는 남자에게 몸을 내주지 않는다. 그것은 남자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어떤 믿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배신하고 떠날 놈 때문에 괜히 임신해서 고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원치 않은 성관계를 했다고 해도 임신 사실을 알면 일단 낳고 싶어지는 것이 여자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는 때로 자신의 남자가 외도했을 때 다른 여자와 벌거벗고 뒹굴었다는 사실보다 그 여자에게 바친 선물 내역을 알고 더 열 받기도 한다. 그 여자에게 집도 사주고, 차도 사줬다면 그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남자에게 아무 것도 받지 않고 그냥 즐길 수 있는 '공짜'가 되었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
성욕을 풀기 위해서는 상대가 필요하다. 무엇이든 혼자 하는 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둘이서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물론 여자에게도 성욕은 있다. 하지만 남자처럼 백 여자 마다하지 못할 만큼 강렬한 것은 아니다. 낯선 이성이 나체로 유혹하면 남자에게는 고마운 일이지만, 반대로 여자에게는 그 이성이 아무리 황금 비율의 몸매를 가졌다고 해도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여자가 남자처럼 즐긴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여자의 섹스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남자와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졌을 뿐이다.
연애와 커리어를 연구하는 칼럼니스트. 저서로는 '그리우니까 사랑이다', '바보남자 바보여자', '격하게 연애'가 있다. http://blog.daum.net/lovecolu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