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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영화, 살인사건 범인도 잡는다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10-11 15:17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을 오히려 바꿔놓기도 한다.

1997년 벌어진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최근 미국에서 체포된 사실이 11일 알려지면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근석 정진영 주연으로 2009년 동명 영화화된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23세의 대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18세의 아더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패터슨은 흉기소지혐의로 1년 6개월 구형 뒤 출소했고 에드워드 리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됐다. 그런데 영화 개봉 뒤 검찰이 재수사를 개시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끝에, 패터슨이 미국에서 한국 송환을 위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세상을 바꾸는 영화, 사실 지금까지도 많았다. 영화가 과연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를 조명해봤다.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추격자' 등 범죄 실화를 다룬 영화 포스터들.
공소시효 지나도, 영화에는 용서가 없다

실화 소재 영화로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온 사례는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을 영화화한 세 작품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다룬 '그놈 목소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아이들…'은 모두 전국민의 관심을 업고 흥행에 성공했다. 이 중 가장 최근인 올해 초 개봉된 '아이들…'은 실제 실종 소년들의 부모가 인터뷰에서 아동범죄 공소시효 폐지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5만명 이상이 아동범죄 공소시효 폐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그놈 목소리' 역시 개봉 당시 영화사 측에서 "이 영화를 통해 진범을 반드시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해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여론을 더 거세게 했다. '살인의 추억'도 개봉 뒤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2007년 말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밖에도 청각장애인 학교에서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나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소재로 해 만들어진 '추격자'도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개봉을 앞둔 안성기 문성근 주연의 '부러진 화살'도 사법부를 정면 비판한 실화 소재 영화다.

영화가 체육관도 짓는다

비인기 종목을 다룬 스포츠 감동 스토리도 해당 종목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이 영화는 큰 흥행 후 대기업 후원으로 올림픽공원 내에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짓게 되는 성과를 낳았다. 또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는 스키점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하이원리조트 스키점프 선수단의 발족을 불러왔다.

이외에도 김신환 감독과 어린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맨발의 꿈'이나 삼미 슈퍼스타즈 감사용 선수 이야기를 다룬 '슈퍼스타 감사용', 전국체전을 휩쓴 시골 여고 역도선수들을 이끈 고 정인영 코치의 실화를 다룬 '킹콩을 들다', 청각장애인 학교 야구부를 그린 '글러브'도 잔잔한 감동을 줬다.


스포츠 감동 실화를 소재로 한 '국가대표' '맨발의 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포스터.

'실미도'의 포스터.
숨은 인물과 역사도 재조명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기리기 위한 영화나, 역사의 뒤편에 숨은 역사를 다룬 실화 소재 영화도 있다.

2004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는 북파 공작원으로 양성된 '실미도 부대'를 다룬 작품으로 개봉 뒤 실미도 부대의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진 끝에, 국방부는 부대가 존재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또 법원은 사망한 실미도 부대 유족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올해 개봉된 '모비딕'은 1990년대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양심선언을 한 윤석양 이병 사건을 소재로 해 당시 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 한국에서 입양된 애런 베이츠가 주한 미군으로 한국을 찾아 1급 사형수 아버지를 만나는 내용을 담은 영화 '마이 파더'도 입양아들의 현실을 재조명했고 2001년 도쿄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 청년 이수현의 삶을 다룬 '너를 잊지 않을 거야'로 관심을 모았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면서도 어려운 아이들을 평생 후원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철가방 기부천사' 김우수씨를 다룬 영화도 현재 한창 제작중이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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