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칵테일] 내 안에 사는 두 명의 여자
얼마 전 내 칼럼의 독자라는 사람이 물어왔다. "당신은 그 동안 진실을 피해온 게 아닌가요? 초반의 칼럼을 보면 '섹스는 쾌락이고 흥미이며 놀이이며 여자가 가져야 하는 당연한 권리다'라고 주장하는데, 요새는 섹스 자체의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강조하고 사랑과 감정의 중요성을 자주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이를테면 여자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동시에 있다. 소위 섹스칼럼니스트라는 사람으로서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 나는 무척 보수적이다. 하룻밤 욕구나 해결해보려고 나이트나 클럽을 찾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내 애인의 현란했던 여자관계와 섹스 경험을 알게 되면 속상해서 며칠 동안 잠도 이루지 못한다. 동시에 두 남자와 섹스하는 여자를 나 역시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고 유부남과의 섹스는 절대 안 되며, 성욕과 사랑을 헷갈려서 함부로 여자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는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나쁜 남자'라고 본다.
그러니까 내 안에는 두 명의 여자가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 원하는 여자, 그리고 육체적인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고 섹시한 남자와 멋진 섹스를 하고 싶은 여자. 문제는 이 두 가지가 항상 동시에 만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최고로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났지만 그와의 섹스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처음에는 좋았다가 점점 싫증을 느끼게 될 수도 있고, 그래서 흘끔흘끔 다른 남자와의 하룻밤을 꿈꿀 수도 있다. 육체적인 오르가슴을 위해 낯선 남자와 섹스한다고 해도 항상 죄책감과 수치스러움이 따라다닌다. 사랑하지 않으니까 자고 나면 왠지 2% 모자라고 결국 헤픈 여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자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가도 남자의 작은 스킨십과 사소한 작업에 와르르 무너져 '감정 없는 섹스라도 지금 당장 필요해' 하며 넙죽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 안의 두 여자는 평소 내 통제와 이성에 따라 조정되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와 또 다른 여자를 당혹시키고 상호모순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여자들이 그렇다. 성욕을 부정당하고 어떻게 욕망을 풀어야 하는지 배운 적 없어서 더더욱 그렇다. 나는 독자들이 여자들을 좀더 이해해주기 바란다. 자기 안의 두 여자가 항상 끊임없이 싸우고 있어서 그녀가 모순되고 변덕스럽게 행동한다고.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된 것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