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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먹을 불끈 쥔채 팔을 굽히고 가슴 아래쪽에서 바깥쪽으로 원을 그리며 "감사합~니다"를 무한 반복하는 이 유치한(?) 개그.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깊은 뜻까지 숨어 있다고.
지금 하고 있는 코너에서보다 현실에서 더 웃긴 '천상 개그맨' 송병철, 정태호, 이상훈을 만나고 보니 이 코너가 앞으로 더욱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셋이 모여 처음엔 미스터리한 내용을 그리는 형사물을 기획했어요. 그런데 밤 12시가 넘어서도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오는 거에요. 그러다 노래를 이용해 쉽게 웃길 수 있는 개그가 없을까 생각하다 '감사합니다'가 탄생됐어요.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지루한데 비가 와서 감사합니다'식의 에피소드를 떠올린 거죠. 가요계 트렌드인 후크송처럼 뭔가 중독성 강한 음(音)을 생각해내는 게 어려웠어요. 차두리 선수가 CF에서 부른 '간 때문이야~'부터 별의별 음을 다 떠올려보다가 결국 현빈씨가 드라마에서 읊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에서 따왔어요."(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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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처음에는 공손하게 손만 모아 표현했는데 감사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율동도 다양해질 수 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온 감사라는 뜻에서 안에서 밖으로 원을 크게 그리면 된다"면서 "그런데 정말 난리가 났다. 좀 전에도 길 거리에서 초등학생들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우리 동작을 따라 하는 걸 보고 왔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코너가 방송된 지 이제 3주째. 남들은 쉬워보여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웃음의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게 이들에겐 결코 녹록지 않는 작업이다.
정태호는 "한 번의 녹화에서 보통 6~7 차례 웃음 코드를 담아낸다. 기존 코너들은 이야기 안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찾지만 우리는 즉각즉각 반응이 오는 형식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웃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지금도 중간중간 상황극을 집어넣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다른 틀을 추가해나갈 계획이다.
"의상에서 율동, 노래까지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지금도 정답이 없습니다. 꽃봉우리예술단처럼 보이는 의상을 입었다가 너무 옷만 보시고 웃으실까봐 점차 순화해나가고 있어요. 또 제작진과도 고민을 했지만 앞으로 공감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에피소드를 찾는데 더욱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는 아직 완성된 코너가 아니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미완의 작품입니다. 2개월 정도 후면 시청자들께서 '아~ 이런 코너구나'하시고 제대로 평가를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송병철)
각기 개성이 다른 세 사람간에는 나름의 역할 분담이 정해져 있다고.
잘생긴 개그맨 송병철은 여자친구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26기 공채 출신의 막내 개그맨 이상훈은 학생들의 사연을, 못생긴 개그맨으로 몰리는(?)는 정태호는 백수나 '찌질' 컨셉트를 주로 도맡아 한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늘 무한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들어야 할 말 또한 어쩌면 '감사합~니다'가 아닐까.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