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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라이벌의 역사적인 리매치가 성사됐다.
KT는 'Again 2010'을 외치며 2연패를, 그리고 SKT는 지난해 패배를 되갚아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같은 듯, 다른 행보
올 시즌은 반대로 KT가 지난해 SKT와 똑같은 전철을 밟아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이 더 재밌어진 이유다.
e스포츠의 대표적인 명문가인 두 팀은 그러나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KT가 홍진호 강 민 박정석 등의 트로이카 체제에 이어 현재의 대세인 이영호까지 거느리고 있고, SKT 역시 임요환 최연성 박용욱 등 당대 최고의 플레이어에 이어 김택용 정명훈 등을 보유하는 등 초호화 군단이지만, 역대 프로리그 결승전 성적에선 SKT가 KT를 압도하고 있다.
SKT는 이미 2005년에 프로리그 전후기 리그와 통합챔피언에 올랐고, 08~09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한 반면 KT는 만년 2인자에 머물다 지난 시즌에야 비로소 창단 후 첫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두 팀의 프로리그 최종 결승전(전후기 통합챔피언격인 그랜드파이널 포함) 대결은 3번째. 2005년 그랜드파이널에선 SKT가, 09~10시즌에선 KT가 각각 우승기를 가져갔다.
라이벌은 좋다, 하지만 괴롭다
SKT와 KT는 모든 면에서 라이벌이다. 곧 4G(세대) 이통기술인 LTE 주파수 확보를 위한 두 회사간의 경매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결승전에서 만나니 우연의 일치치곤 재밌다.
e스포츠 팬들은 전통의 라이벌 대결에 당연히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 팀 관계자들은 빅카드가 만들어졌다는 대의와는 별도로 내심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기면 영웅이 되지만, 지면 타격이 크기 때문.
양 팀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올해는 결승전에서 안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지난 시즌에는 KT가, 올 시즌엔 SKT가 정규시즌 1위로 결승전에 오른 가운데 은근히 라이벌이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기를 바랐던 것. 하지만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조금 다르다. 이왕이면 호적수와 만나는 것이 승부사들의 본심이기 때문. SKT 박용운 감독도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KT가 올라오면 좋겠다"고 말했고, KT 이지훈 감독도 "다시 결승에서 만난다면 재밌는 승부가 될 것이다. SKT가 지난 시즌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결승에 올라가겠다"라고 말했고 결국 약속을 지켰다.
기세 vs 이름값
플레이오프라는 정글을 뚫고 결승에 입성한 KT는 기세가 당연히 좋다. 무엇보다 고강민 최용주 김성대 등 그동안 골치거리였던 저그 플레이어들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위력을 보이지 못한 이영호만 살아난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분석.
SKT는 김택용 정명훈 도재욱 박재혁 어윤수 등 KT보다 카드가 풍부하다. 게다가 한달 가까이 충분히 휴식과 연습을 하며 전략을 짜왔다. 이미 중국 현지 숙소와 연습장 확보 등 섭외도 끝마쳤다. 우승컵만 들어올리면 된다는 생각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