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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1, 2>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싱어가 떠난 뒤 <엑스맨:최후의 전쟁>, <엑스맨:울버린의 탄생> 등은 침몰하고 있는 타이타닉이었죠.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로 배트맨을 살려놓은 것처럼 감독 매튜 본은 <퍼스트 클래스>로 <엑스맨>의 침몰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매튜 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였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가 왜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남편이 될 수 있었는지 짐작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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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엑스맨> 시리즈를 볼 때면 '초능력'이라는 단어에 대한 향수가 더 짙어집니다.
초능력이라…휴…왠지 빛바랜 흑백 사진을 보게 만드는 단어네요.
제가 처음 초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만화 <바벨 2세>를 통해서였습니다. 그 시기의 남자 아이들이 다 그렇듯 한번 만들어진 환상은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합니다. 당시 어려선지 아니면 머리가 나빠선지 모르겠지만 저는 초능력이 진짜로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머리 굵어진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었죠. 놀림도 많이 받았습니다. 초능력을 믿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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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유리 겔라라는 사람을 초청하여 공연을 합니다. 주로 염력을 이용해 숟가락을 구부리고 고장난 시계를 고친다는 것입니다. TV를 보던 저는 홀딱 빠졌었죠.
'아, 역시 초능력은 있다, 단지 내게 재능이 없을 뿐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제게 없는 재능의 길은 포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입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면 제 성격상 꽤 고집스럽게 그 길을 갔을 것 같은데, 아주 잘 되면 이은결 같은 마술사일거고, 잘 안되면…사기꾼이겠죠.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유리 겔라에 대해서는 참 궁금했습니다. '그 정도 초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더 큰 일을 하지 않았을까?'. '더 능력을 개발해서 지금은 FBI나 CIA같은 곳에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점에서 찾은 책이 있었습니다. 제임스 랜디라는 사람이 쓴 <마술 이야기>와 <폭로>였습니다. 제임스 랜디는 원래 마술사지만 초능력을 빙자한 치료사와 사기꾼들의 속임수를 밝혀내어 일반인들이 피해를 받지 못하도록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가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는 1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많은 도전을 해결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아직 아무도 못타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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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봉의 영화&다이어트/엑스맨:퍼스트 클래스] 그의 책에서 초능력을 빙자한 사기꾼으로 유리 겔라를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대담 쇼 프로인 '자니 카슨쇼'에 초대된 유리 겔라가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한 당사자였습니다. 당시 방송 장면이 지금도 유튜브에 회자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십시오.
결국 어린 시절의 초능력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데 10년 정도 걸렸던 겁니다. 뭐 그런 걸 믿고 그랬냐 하면서 혀를 차실지 모르겠는데, 전 약과입니다. 지금 그 이상의 초능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하는 초능력자들이 우리나라에 많습니다. 그리고 그 초능력을 믿으시는 분들도 많고요. 바로 '싫건 먹고 운동 않고 살 빼는 법'이라는 거죠.
여러 가지 약들도 있고, 각종 차들도 있고, 특수한 기계도 있다는데…글쎄요.
참 갑갑한 것이, 저도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운동 않고 실컷 먹으면서 살을 빼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고 설명을 드리면 이렇게 반문하죠. '운동하고 적게 먹을 것 같으면 뭐 하러 돈 들여서 병원에 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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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도 옳습니다. 물론 혼자서 할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감기도 그렇죠. 열 나면 머리에 찬수건 좀 대고, 근육통 생기면 누워 있고, 목 아프면 따뜻한 차 많이 마시면서 버티다 보면 2-3주 지나면 낫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휴가도 하루 이틀이니 직장에 나가야 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가져야 하고, 혹시 잘못 덧나기라도 하면 폐렴으로 죽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 해열제 주사도 맞고, 근육통을 줄여주는 약도 먹고, 더 큰 병으로 번지지 않도록 잘 치료하면 2-3주 고생할 것은 3-4일 만에 현실 세계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병원의 역할입니다. '비만'을 치료한다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혼자 하기 힘든 식이요법과 운동을 좀 더 쉽고 편하게 하도록 도와주고, 원하는 부위가 좀 더 줄도록 체형 치료도 해주고, 하다가 포기해서 더 심한 비만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단지 이런 일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입니다. 이를 전혀 무시하고 체중을 줄이는 길이 있다면, 저도 그거 하겠습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그러니 서점에 가서 한번 물어보세요. '실컷 먹고 운동 않고 살 빼는 법에 대한 책은 어느 코너에 있나요?' 라고. 아마 직원이 '네~ 공상과학소설 코너로 가보세요'라고 가르쳐 드릴 겁니다. <나우비클리닉 원장 www.nowb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