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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정으로 29일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3'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있다. 한국영화 중 제작비 2억에 불과한 윤계상 김규리 주연의 저예산 영화 '풍산개'(감독 전재홍)만이 한 주 먼저인 23일 개봉해 '트랜스포머 3'와 간접 경쟁을 펼치고 있다. '풍산개'의 이런 도발에도 '트랜스포머 3'의 흥행전선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써니'는 블록버스터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갖지 못한 비장의 무기가 '써니'에게 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는 10~20대가 주요 관객층인데 반해 '써니'는 30~40대를 넘어 50대까지 주 관람층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평일 관객점유율로 나타났다. 이 부분이 '트랜스포머 3'의 약점이다. 극장을 찾은 중장년층은 하이테크와 화려한 그래픽, 3D 입체영상으로 무장한 '트랜스포머 3' 대신 향수와 추억으로 가득한 '써니'에게 눈길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써니'의 중장년층 독식이 예상된다. 이는 '써니'의 멈추지 않는 흥행바람이자 마지막까지 작용할 뒷심의 배경이다. 한국영화 흥행에선 절대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써니'에게 마땅히 경쟁할 한국영화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범람해도 언제나 한국영화 관객은 꾸준히 존재했다. 한국영화들이 '트랜스포머 3'를 피하는 바람에 '써니'가 딱히 한국영화 관객을 두고 피나는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써니'와 '풍산개'가 사이 좋게 한국영화 관객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랜스포머 3'의 너무 긴 러닝타임도 약점이다.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시간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상영횟수를 줄이기 때문에 흥행몰이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절대강자 '트랜스포머 3'가 버틴다고 '써니'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들이다. '써니'에게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기대한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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