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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상반기 영화계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영화 시장이 침체된 것은 아니었다. 개봉작 수도, 관객 수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하지만 사회적 화제를 모을 만한 빅히트작이나 문제작은 없었다. 가장 떠들썩한 사건은, 김기덕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아리랑'을 통해 '풍산개'를 진행하다 떠난 장 훈 감독을 원색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경사도 있었다. 임권택 감독은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로 건재를 과시했고, 독립영화들은 활기에 넘쳤다. '쿵푸팬더2'의 여인영 감독과 '프리스트'의 원작만화가 형민우씨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것도 희소식이었다. 상반기 충무로의 이런저런 사건과 경향을 7가지로 나눠 짚어본다.
독립영화 잇단 활기=독립영화계는 질과 양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독립영화 흥행의 기준인 1만명을 넘긴 영화가 3편이나 된다. 특히 윤성호 감독의 '파수꾼'은 2만명을 돌파했다.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는 국제영화제에서 11개의 트로피를 받았고, 국내 관객도 1만명을 돌파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 역시 1만명을 넘었다. 다큐도 쏟아졌다.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법정 스님의 의자', TV 맛집프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 등이 관심을 모았다.
코미디, 휴먼드라마 강세=지난해 잔혹스릴러처럼 뚜렷한 흐름을 보여주는 장르는 없다. 흥행 면에서는 코미디, 휴먼 드라마가 강세를 보였다. '써니'는 유머와 휴머니즘, 김명민의 첫 코믹연기 도전 영화인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유머와 액션이 어우러져 인기를 끌었다. 반면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가난한 노인들의 사랑과 우정을 따뜻한 톤으로 그려 눈물샘을 자극했다. '글러브'는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우 야구선수들의 1승을 향한 꿈과 노력을 스크린에 담아내 감동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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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상업영화 은퇴 선언='1000만 감독' 이준익 감독은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3월 트위터를 통해 "평양성, 250만에 못 미치는 결과인 170만. 저의 상업영화 은퇴를 축하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삼국시대 시리즈 3편의 내용과 제목까지 구상을 마친 상태여서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겼다. '평양성'의 제작비는 80억원이었다. 이 감독은 개봉 전 배수진을 쳤다. '님은 먼 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잇달아 부진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그래서 "'평양성'마저 흥행에 실패하면 상업영화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고, 그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임권택 감독은 "경솔하다"고 꾸짖었다.
숫자로 승부한다(?)=뚜렷한 원톱 배우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대신 다수의 주, 조연이 등장하는 영화가 유행했다. 흥행 톱10 영화를 살펴보면, '써니'에는 무려 14명의 여자배우가 등장한다. '평양성'은 정진영 류승룡 이문식 윤제문 선우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이 공동 주연으로 출연했다. '위험한 상견례', '아이들…' 등도 조연들의 비중이 높았다.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하정우, 하지원 등 톱스타 주연 영화는 하반기에 몰려 개봉할 예정이다.
김기덕과 '아리랑' 후폭풍=김기덕 감독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3년만에 영화 '아리랑'을 발표했고,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국내 영화계에서는 김 감독이 영화에서 제자인 장 훈 감독을 "기회주의자"라고 실명 비판한 것이 더 큰 화제였다. 돈에 휩쓸리는 한국영화계, 악역 배우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장 훈 감독의 100억 대작 '고지전'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풍산개'(감독 전재홍)가 지난주 개봉하는 등 시기적으로 묘하게 맞물린 점도 파괴력을 높였다. 하지만 장 훈 감독은 "이제 김 감독님의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자세를 낮췄다. 전재홍 감독도 "(김기덕 사단의) 깨진 유리컵을 다시 맞추고 싶다"고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파문은 더 확대되지 않고 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2001년 상반기 흥행 톱10
순위=영화=감독=배우=관객수
1=써니=강형철=유호정 진희경=520만명(상영 중)
2=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김석윤=김명민 한지민=478만명
3=위험한 상견례=김진영=송새벽 이시영=256만명
4=라스트 갓파더=심형래=심형래=199만명
5=글러브=강우석=정재영 유선=188만명
6=아이들…=이규만=박용우 류승룡=186만명
7=평양성=이준익=정진영 이문식=171만명
8=헬로우 고스트=김영탁=차태현 이시영=166만명
9=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이순재 윤소정=163만영
10=수상한 고객들=조진모 =류승범 성동일 =105만명
<영진위 자료, 이월작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