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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시네마 리뷰] 무협영화 사교클럽으로 부활한 ‘카사블랑카’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1-06-22 11:37 | 최종수정 2011-06-22 11:37



[이경기의 필름3.0/정무문-100대1의 전설] 나유 감독이 이소룡을 기용해 선보인 <정무문 Fist of Fury/精武門>(1972)은 이소룡의 이름 값을 증명한 오락 액션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권법(拳法) 정무문의 창시자인 사부 곽원갑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다.

제자 진진(이소룡)은 사부의 영결식 날 일본 홍백파 통역관인 우(핑 아 웨이)가 거드름을 피우고 돌아가자 다음 날 홍백파 도장을 공격해 관원들을 쓰러뜨린다.

상해를 떠나기 직전 진진은 정무문 주방장이 홍백파 부사범의 동생이고 그가 곽원갑을 독살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중과부적이지만 진진은 피신하는 대신 목숨을 위협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홍백파와의 일전을 벌인다는 것이 오리지날 <정무문>의 내용. 2000년대 들어 중국 무술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견자단의 <정무문:100대1의 전설>은 원제목 'Legend of the Fist : The Return of Chen Zhen'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1925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일본군에 대한 증오를 정무문 후계자 진진(견자단)의 활약상을 통해 응징한다는 액션 영웅담을 펼쳐주고 있다.


이소룡의 무술 진가를 드러내준 <정무문>


업그레이드 버전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설정은 <정무문>에서 진진을 향해 눈물짓는 소극적 약혼녀의 존재 대신 적극적인 성향의 여가수 키키(서기)를 등장 시키고 있다는 점.


키키가 활동하고 있는 상하이 소재 클럽 '카사블랑카'는 1920년대 당시 열강들의 이권 침탈이 계속되는 위태로운 상황과는 무관하게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했던 사교 클럽이자 외국인과 군인들, 사업가 등이 매일 밤 모여들어 파티와 도박을 즐겼던 지상 낙원으로 설정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 오프닝에서도 언급됐듯이 1920-30년대 중국 상하이는 '아시아의 파리'로 칭송받았던 국제 외교 및 사교 도시였다.

정치적 술수와 음모가 교차하는 건조함을 덜어주는데 한몫하고 있는 클럽 카사블랑카는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카사블랑카>로 친숙해진 명칭.

미국 영화연구소(AFI)가 할리우드 역대 최고의 로맨스극 베스트10으로 항시 추천하고 있는 <카사블랑카>는 흥행가에 여러 일화를 남겨주고 있는 추억의 명화이다.

데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2차 대전에 미국이 참전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국책 홍보 영화였다는 것은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필수 상식으로 알려진 정보.


1925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견자단 주연의 <정무문:100대1의 전설>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연인이 어느 날 레지스탕스의 아내가 되어 나타나 미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자 흔쾌히 이를 받아들인다. 그의 행동은 지금도 사내다움의 표본으로 회자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뜨거운 밀애를 나누던 당시 일자(잉그리드 버그만)와 릭(험프리 보가트). 릭이 일자의 빰을 치켜세우고 눈동자를 마주 보면서 던졌던 '그대 눈동자를 위해 건배! Here's looking at you kid'와 일자가 화답하듯 던지는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키스해 주세요 Kiss me. Kiss me as if it were the last time'라는 대사는 로맨스 극의 명언, 명대사로 암송되고 있다.

막스 스타이너가 작곡하고 극중 샘이 피아노로 연주를 가미해서 불러주고 있는 'As Time Goes By'는 극중 릭과 일자의 애뜻한 교제 관계를 떠올려 주고 있는 곡이다.

"이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키스는 단지 키스일 뿐이고 후회는 그저 후회일 뿐이라는 것을.

시간이 흐르게 되면 근본으로 돌아가죠.

두 여인이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이면서 구애를 하게 된다면

그대는 믿어도 됩니다.

시간이 흘러 미래가 어떻게 되는지 말이죠."

흑인 배우 겸 재즈 피아노 연주가 둘리 윌슨이 불러 주었던 'As Time Goes By'는 지금도 재즈 명곡으로 애청되고 있다.

허버트 로스 감독의 <플레이 잇 어게인, 샘 Play It Again, Sam>(1972)은 <카사블랑카>에서 릭을 다시 찾아온 일자가 샘에게 추억이 서려 있는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할 때 쓰였던 대사를 활용해서 만든 작품.

우디 알렌이 시나리오와 주연을 맡았다.

신경질적인 영화 비평가의 태도를 견디지 못하고 아내가 가출하자 남편이 험프리 보가트 복 장과 행동을 흉내내면서 자신을 포함해 부부 갈등을 겪고 있는 기혼 커플들의 식어 버린 애정을 복원 시키려 애쓴다는 내용을 담아 <카사블랑카>가 여러 가지 형태로 미국인들에게 감회를 주고 있다는 것을 엿보게 해주었다.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추억의 명화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개봉 이후 파생된 에피소드를 추가시킨 주역은 팝 가수 버티 히긴스.

"카사블랑카를 관람하면서 그대에게 반했죠.

희미한 불빛의 야외극장 뒤 별빛 아래에서 먹던 팝콘과 콜라는

샴페인과 철갑 상어알로 변했고 길고 무더운 여름밤에 우리는 사랑에 빠졌죠.

난 그대도 카사블랑카를 보면서 나에게 반했다고 생각했어요.

촛불이 켜진 릭 카페의 선풍기 아래에서 손을 맞잡고

스파이를 피해 어둠 속으로 숨었을 때

그대 눈동자 속에는 모로코의 달빛이 보였어요.

낡은 시보레 속에서 보는 영화는 마술 같았죠.

오, 카사블랑카의 키스는 여전히 아름다워요

하지만 그대의 숨결이 없는 키스는 키스가 아닙니다.

카사블랑카로 다시 돌아와줘요.

세월이 흐를수록 내 사랑은 커져만 갑니다.

카사블랑카에는 실연을 당한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실제 가본 적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의 사랑 이야기가 은막에 비춰지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대가 떠나가는 것을 봐야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고통입니다.

오, 카사블랑카의 키스는 여전히 아름다워요.

하지만 당신의 숨결이 없는 키스는 키스가 아니예요."

1944년 12월 8일 플로리다주 타폰 스프링스(Tarpon Springs) 태생의 버티 히긴스(Bertie Higgins).

1982년 발매한 앨범 『Just Another Day in Paradise』에서 1940년대 필름 느와르 붐을 주도했던 험프리 보가트 영화에 얽힌 단상을 노랫말로 담은 'Key Largo' 'Casablanca' 두 곡 모두를 빌보드 싱글 톱10에 진입시키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소프트 록 가수이다.


영화 <카사블랑카>를 감상하는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연을 노랫말로 들려준 버티 히긴스의 히트 앨범 『Just Another Day in Paradise』


'Casablanca'는 팝 시장에서 인기를 등에 업고 80년대 중반 전영록이 번안 가요로 발표할 정도로 주요 각국에서 환대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가 나치에게 점령된 1940년.

프랑스령 모로코의 항구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정치 망명자와 반 나치스 투사, 스파이들이 모여 들고 이곳에서 카페 아메리칸을 운영하는 릭의 애환을 담은 추억의 명화 <카사블랑카>.

타이틀 '카사블랑카'는 1925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중국 무술 영화 속에서 외교관, 군인, 스파이와 미녀들이 모여드는 사교 클럽 명칭으로 다시 등장해 국내 청장년층에게 아련한 추억의 한 자락을 반추시켜 주고 있다. <이경기, 영화음악 전문지 www.dailyost.com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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