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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석] 유럽 강타한 K-POP 인기, 거품은 없었다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1-06-12 16:40


지난해 9월 4일 LA 스테이플스 센터 앞.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서 'SM타운 라이브'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SM타운 라이브라고 적힌 수건과 한글로 적은 응원 플래카드 등이 들려있었다.

당시 공연장을 찾은 기자의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누가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 올 것이냐였다. 한참을 공연장 앞에서 지켜본 결과 K-POP의 위상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한국 가수들이 해외에서 공연을 열면 가장 많이 객석을 차지했던 인종은 중국인과 일본인이었다. 이날 LA 공연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비아시아계가 50%를 넘어선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9개월 뒤 이번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K-POP의 세계화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 목격됐다.

지난 10일과 11일 '르 제니스 드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콘서트 입장객의 98% 이상이 유럽 현지인이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유럽의 팬들이 운집한 광경이 연출됐다. 영국, 스페인, 핀란드, 이탈리아, 폴란드에서 온 팬들은 자신의 나라 국기를 들고 출연 가수들에게 여러 국가의 팬이 왔음을 알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가수들이 무대에 오를때마다 노래는 물론 춤까지 완벽하게 따라해 마치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기도 했다. 이번 파리 공연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가 만든 K-POP을 아시아를 뛰어넘어 전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있는 현실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K-POP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미국의 팝에 비해 사운드나 멜로디의 수준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본 노래를 비슷하게 베끼기 까지 했었다. 하지만 제작자, 가수, 작곡가들이 꾸준히 노력해 한국적 사운드와 느낌을 찾아내 이제는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가요 관계자들은 이번 파리 공연의 대성공을 지켜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1만4000여명의 팬을 공연장에 모으는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팬들이 K-POP을 지속적으로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일회성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마케팅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유럽 팬들의 귀를 자극, K-POP 스타들의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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