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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원의 개그야그] 마지막 코미디언 김대희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1-06-07 09:51 | 최종수정 2011-06-07 09:51


요즘엔 코미디언 혹은 개그맨이란 말이 왠지 낯설다. 조금 서글픈 이야기이지만 코미디 콩트가 거의 폐업상태라 코미디언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어설프다.

몇 해 전부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세이다 보니 코미디언 자체도 스스로가 예능인이라고, 또 방송인이라고 표현한다. 솔직히 부끄럽다. 코미디언이면서 코미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작금의 현실이기에…. 예전에는 코미디언이었는데…. 그리고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는데….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서도 늘 가요대상, 연기대상, 그리고 히든카드인 코미디 대상이 존재했었고 그 권위 또한 상당히 대단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미디 대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예능대상이라고 하는 통폐합 상이 버젓이 자리 잡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고 있는 뼈아픈 상황이다.

반성해야 한다. 필자를 비롯하여 모든 코미디언들이 절실히 느껴야 한다. 자기들의 역을 빼앗기면서도 으악 소리조차 못 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 현실이 서글프다. 내 자신이 지렁이처럼 느껴진다. 꿈틀이라도 해야 하는데…. 쩝.

반면에 드라마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드라마 천국이다.

아침 드라마, 저녁 일일 드라마,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 일주일 내내 3사가 드라마를 주구장창 내보내고 있다. 남이 잘 되어서 시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못 찾고, 이웃의 부귀영화를 보고만 있는 작금의 현 상황이 가슴 아플 따름이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지만 희망은 있다. 메마른 땅에도 싹은 튼다. 코미디언 중에 현재 코미디 콩트 연기를 하는 후배, 즉 우리를 이어가고 앞으로도 계속 이끌고 갈 마지막 후배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개그 콘서트'의 김대희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대한민국 유일의 기존 프로그램 중에 코미디를 하면서 인기가 있는 '개콘'에서 맏형님 역할을 맡고 있다. 정말이지 고군분투하고 있다. 선배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김대희는 말 그대로 코미디 연기자이다. 연기 잘 하는 코미디언이다.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지나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는 친구이다.

쉬운 예로 개그 콘서트 코미디 방송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위하여 실제로 자기 머리를 빡빡 밀고 라이브로 방송까지 했던 주인공이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드라마의 경우 수 십 부작인데도 백혈병환자의 역할을 모자 쓰고 연기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보아 왔다. 물론 한 번에 이런 드라마 저런 드라마 여러 편을 소화하려면 어쩔 수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 우리는 프로이다. 프로면 프로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이 철칙이고 기본이다. 그것이 바로 연기자의 기본 소양이고 시청자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김대희는 단 한편의 콩트를 위하여 스스로 머리를 밀었다. 충분히 바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바보를 되려고 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흔치 않다. 열정이다…. 그래서 넘 넘 고맙다. 선배들이 잘 못해서 힘이 달려서 막다른 골목에 부딛혔을 때 나름대로 의식 있는 슈퍼맨이 새로이 망토를 걸치고 등극하셨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김대희의 하나를 보니 바로 일곱 여덟 아홉 열까지 바로 보였다. 바로 인간 됨됨이이다. 선배에게 깍듯하고 후배에게 다정다감하다. 마치 이봉원을 보는 듯하다.(죄송함다, 꾸벅….) 그래서 감히 필자는 그를 마지막 코미디언이라고 부르고 싶다.

대희야! 솔직히 너한테 생맥주 한잔 얻어먹어서 별 이야기를 다 한다. 담엔 폭탄 한번 쏴라…. 요즘엔 후배한테 얻어 먹는게 너무 달달하더라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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