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독자에게 상담 메일이 도착했다. "저는 20대 후반, 남친은 30대 초반입니다. 만난 지 한 달 된 남자친구와 얼마 전 잠자리를 했어요. 그런데 남친은 잠자리 경험이 저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서 주눅이 들어요. 남자친구도 제가 엄청 경험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갭다 못해서 다행이라나요. 여태까지는 제가 도도한 척, 센 척 했는데 지금은 자기가 많이 가르쳐주겠다고 릴렉스하래요. 제가 몸도 좀 뻣뻣하고 자유롭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이라서 더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잘하고 싶어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그런데 그녀가 모르는 남자들의 심리가 있다. 잠자리에서 "릴렉스해라, 괜찮다, 나만 따라와라"라고 말할 때 남자들이 느끼는 그 엄청난 쾌감과 만족감 말이다. 말로는 "목석같은 여자는 싫다, 섹스 잘하는 여자가 좋다"고 쿨한 척 말하면서도 정작 내 여자?내가 사랑할 만한 여자, 평생 지켜주고 함께 하고 싶은 여자는 남의 손이 덜 탄, 처녀면 더욱 고마운, 자신보다 훨씬 미숙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여자다.
게다가 외모는 좀 놀아봤거나 경험 많아 보이는 여자가 알고 보니 미숙하고 긴장하고 쑥스러워한다? 아마 자기 전보다 사랑이 몇 배는 더 커졌을 것이다.
기술은 하면 할수록 는다. 한 남자와 오래 하면 깊이 있고 편안한 섹스 기술이 저절로 익혀질 테고, 다양한 남자와 하면 다양한 취향과 성감대 등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섹스 자체를 싫어하고 불편해하지 않는 이상 금세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섹스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많은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는지 경쟁하거나 비교할 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관계를 통해 얼마나 더 사랑받을 수 있는지, 또 사랑할 수 있는지다.
그 부분에서 그녀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갖기를. 이제는 아무리 긴장하는 척, 눈치 보는 척하려 해도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연륜'을 갖게 된 나로서는 그녀가 마냥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