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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감독님께 따끔하게 한 말씀 들었더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죠."
2007년 국내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울산 모비스(현대모비스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1라운드 최하위 순번. 그러나 입단 동기들은 모조리 현역에서 물러났어도 아직 코트에서 펄펄 뛰어다니는 선수가 있다. 커리어가 깊어갈수록 성실함과 팀 플레이로 인정받고 있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베테랑 포워드 함지훈(40). KBL의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존재다.
1984년 12월 11일생이니 만으로는 아직 39세지만, 우리 식으로는 이미 불혹(40)의 나이다. 동기들은 모두 은퇴해 프로와 아마추어 코치 또는 방송 해설가로 변신했지만, 함지훈은 아직도 현역이자 현대모비스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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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농구 센스 못지 않게 체력도 10살 이상 차이나는 후배들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팀에서 네 번째로 많은 22분30초를 소화했다. 압권은 62-62 동점이던 1분40초 전, 한국가스공사 니콜슨의 3점슛이 벗어나자 함지훈이 리바운드를 따내 코트를 넘어왔다. 그러나 니콜슨에게 스틸을 당했고, 한국가스공사가 속공을 전개했다.
이 순간, 반대편 코트에서 골밑까지 전력질주한 함지훈이 신승민의 골밑 슛을 블록해냈다. 결국 이 공격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득점에 실패했고, 오히려 현대모비스가 종료 52초 전 박무빈의 2점슛으로 이날 첫 역전에 성공했다. 플레이타임 20분을 넘긴 상황에서도 여전히 코트 반대편으로 전력질주해 블록을 해낼 정도로 함지훈의 신체능력은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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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성기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팀과 리그에서 톱 레벨이라는 뜻이다. 외국인 동료 게이지 프림은 "원래 가드와 투맨게임을 좋아하는데, 함지훈은 센스가 좋아 빅투빅을 해도 패스가 잘 들어온다"고 찬사를 보냈다.
함지훈이 이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역시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다. 특히 느슨해질 뻔한 마음가짐을 조동현 감독의 호통을 들은 뒤 고쳐먹었다고 한다. 그는 "전지훈련 때까지도 평균 10분대 정도만 출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안된다'며 따끔하게 한 말씀 하셨다.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페이스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함지훈은 시즌 후반 쯤 KBL 통산 최다경기출전(1029경기) 기록을 갖고 있는 주희정 고려대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800경기 출전 고지에 오르게 된다. 함지훈의 꾸준한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기대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