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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올라갈 팀이 올라갔다. 여자프로농구 올 시즌 최강 청주 KB와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이 정면충돌한다.
완벽한 전력이다. 리그 최고의 선수 박지수를 중심으로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 차세대 포인트가드 허예은이 삼각편대를 이룬다. 베테랑 염윤아, 수비 스페셜리스트 김예진 등 로테이션 멤버도 풍부하다.
27승3패의 정규리그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 시즌 압도적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최근 10년간 정상권을 유지한 여자농구 최고의 명문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파이널 통합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은 올 시즌 수많은 변수에도 결국 파이널에 올랐다. 리그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김단비를 비롯해 박지현, 최이샘, 박혜진 등이 코어를 이룬다. KB와 달리 빅맨이 없는 빠른 트랜지션과 강력한 조직력, 그리고 변화무쌍한 전술로 무장된 상반된 팀 컬러를 지니고 있다. 챔프전 승패를 가를 3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봤다.
우국라시코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하다.
최근 10년 간 양팀은 여자농구를 양분했다. 2012년부터 11시즌 동안 우리은행은 8차례 파이널 우승. KB는 2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KB는 4차례 준우승의 분루를 삼켰다.
위성우 감독의 지휘 아래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우리은행은 승승장구. KB는 박지수가 가세하면서 우리은행을 줄곧 위협했다. 지난 시즌 박지수가 공황증세로 이탈하자, 우리은행은 거칠 것 없는 질주로 또 다시 정상에 올랐다. 단, 올 시즌은 다르다. 박지수가 정상 컨디션을 찾은 KB는 수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정규리그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도 4승2패로 절대 우위. 우리은행은 1라운드 첫 맞대결에서 이명관의 버저비터로 극적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모두 완패. 6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우승을 확정지은 KB가 주전급을 대거 제외시키면서 우리은행이 승리를 거뒀다.
즉, 현 시점은 180도 바뀌었다. KB가 절대 우세를 보인다면,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이 도전자 입장에서 챔프전을 치른다. 최근 두 팀의 치열한 정상다툼은 세계축구 최고 라이벌전 '엘클라시코'에 빗댄 '우국라시코'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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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는 KB의 에이스일 뿐만 아니라 올 시즌을 평정한 농구 여제다. 29경기에 출전, 평균 30분5초를 뛰면서 20.3득점, 15.2리바운드, 5.4어시스트, 1.8블록슛을 기록했다. 2점슛 야투율은 60.6, 3점슛 야투율 역시 34.8%를 기록했다.
즉,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박지수를 어떻게 막느냐가 이번 챔프전의 최대 숙제다.
정상적 1대1로 막기 힘들다. 박지수는 강력한 높이와 골밑 득점력을 바탕으로 미드 점퍼도 정확하다. 여기에 경기를 읽는 능력과 패싱 게임도 강력하다. 블록슛 타이밍도 일가견이 있다.
결국 우리은행은 전체적으로 '박지수를 정상적으로 막고, 나머지 선수를 틀어막을 지, 박지수에게 변형 더블팀을 사용할 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완벽'한 박지수에게 우리은행의 대응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단, 빅맨의 특성상 외곽 미스매치 1대1 수비에는 부담을 느낀다. 우리은행은 김단비와 박지현의 골밑 돌파가 날카롭다. 우리은행은 박지수를 최대한 외곽으로 끌어내면서 미스매치를 유발할 계획이지만, KB는 이미 정규리그에서 지역방어로 이같은 약점을 메웠다. 단, 우리은행의 드라이브 앤 킥으로 외곽포가 터지면, KB의 지역방어는 무력화될 수 있다.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박지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 이번 챔프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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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는 박지수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 단,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KB는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만만치 않다. 박지수의 공격 부담을 줄여줄 외곽의 지원이 중요하다. 허예은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올 시즌 허예은은 박지수와의 2대2 공격, 과감한 3점슛을 장착했다. 우리은행과 맞대결에서 승부처 중요한 흐름에서 의미있는 득점을 하면서 수비를 찢었다. KB의 미세한 약점 중 하나는 '박지수와 강이슬을 막으면 외곽 3점슛 지원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허예은이 아킬레스건을 메우면,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하다.
우리은행은 기대를 모았던 유승희가 시즌 아웃됐다. 단, 박혜진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하지만, 4강 전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에이스이자, 메인 볼 핸들러 중 한 명이다.
박혜진이 수비와 볼 핸들링을 효과적으로 한다면, KB의 지역방어는 무너질 수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의 공격 루트가 상당히 많아진다. 결국 철옹성같은 KB의 공수 밸런스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허예은과 박혜진. 챔피언 반지의 향방을 가를 매우 중요한 선수들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