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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예견된 꼴찌의 돌풍.'
2023~2024시즌 여자 프로농구가 플레이오프(4강) 대진을 조기에 완성하면서 정규리그 마감 수순에 들어갔다. 프로스포츠에서는 매 시즌 각종 스토리가 쏟아지게 마련인데, 올시즌 여자 프로농구에서도 그랬다. 주요 이슈는 청주 KB에서 많이 나왔다. 디펜딩챔피언 아산 우리은행과의 지존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여자농구연맹(WKBL) 사상 첫 홈 경기 전승 기록도 세웠다. 병마를 딛고 돌아온 박지수는 '코트의 지배자'로 부활하며 KB의 정규리그 조기 우승을 견인함과 동시에 역시 사상 최초로 5라운드 연속 MVP란 진기록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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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은 '부천발' 돌풍이다. 하나원큐는 '꼴찌의 반란' 바통을 이어받은 듯, 시즌 초반부터 '탈꼴찌' 조짐을 보였고 '옛 명가' 인천 신한은행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냈다. 지난 22일 BNK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남은 정규리그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에, 자력으로 PO행을 확정한 것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하나원큐 구단으로서는 새로운 역사다. 2012년 창단한 하나원큐가 정식 PO 진출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갖은 악재를 뚫고 얻은 PO 티켓이라 더 값지다. 한 차례 챔프전 준우승했지만 한국계 혼혈선수인 줄 알았던 첼시 리의 '혈통 사기사건'이 뒤늦게 드러나 해당 시즌 모든 기록이 삭제됐다. 2019~2020시즌에는 정규 3위를 하고도 코로나19 사태로 포스트시즌이 전면 취소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하나원큐의 전신인 신세계 쿨캣 시절을 포함하면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부천 팬들에게 '봄농구'의 즐거움을 선사한 셈이다.
하나원큐의 돌풍은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년여간 꾸준히 씨 뿌리고, 가꾼 끝에 열매를 거둔 것뿐이었다. 그 원동력은 구단과 선수단의 이상적인 조화다. 김도완 감독은 "구단에서 믿고 지원해 준 덕"이라고 하고, 구단 사무국은 "감독과 선수들이 혼연일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서로 공을 돌리는 분위기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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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했던 팀에 새로운 '신바람'을 불어넣은 이는 구단 프런트였다. 2021년 '기피구단 1호'로 낙인 찍혀 있던 하나원큐 단장으로 부임한 정석화 단장(58)의 주도 아래 사무국의 업무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선수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이른바 '프런트 농구'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2년여 동안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줬다. 금융업의 생명은 신뢰, 스포츠단에서도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는 사무국 풍토를 회복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었던 사무국이다.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로 '클럽하우스 공조 리모델링' 해프닝이 있다. 하나원큐 클럽하우스는 건립될 때부터 중앙식 냉·난방 시스템이었다. 때문에 여름 일과시간 이후 체육관 훈련을 하려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켜놓고 해야 했다. 이를 목격한 정 단장은 거액의 비용 부담에 개의치 않고 공조시설을 싹 뜯어고쳐 개별 냉·난방으로 개조했다.
농구계 관계자는 "사소해 보이는 것부터 훈련 여건 개선을 위해 애쓰는 등 변화하는 구단의 태도에 선수들도 힘이 난다는 얘기가 부쩍 많이 들리는 게 올 시즌 하나원큐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