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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한국프로농구 불세출의 스타인 '골리앗' 서장훈은 현역 시절 688경기에 출전해 1만3231점을 넣었다. 2013년 서장훈 은퇴 후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범죠가'의 위대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과연 서장훈은 현역시절 '몇 승'이나 거뒀을까.
질문 2. 한 시즌 56홈런(2003년), KBO 통산 467홈런(한일 통산 626홈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왕, '라이언킹'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선수시절 남긴 '불멸의 기록'이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현역 시절 '통산 몇 승'을 달성했을까.
애초에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 단체 종목의 승리, 패배는 '팀'이 만든 결과다. 따라서 이 스탯은 '팀 기록' 또는 이를 총괄 지휘한 '감독 기록'으로 분류돼야 하며, 개별 선수의 업적이나 기록으로 인정하진 않는다. 팀의 승패 기록을 개인 기록으로도 인정하는 건 오직 프로야구의 투수 뿐이다. 이때도 선발-계투-마무리 등 보직에 따라 기록이 인정되는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 전세계 어디에도 팀의 승패 기록을 개인기록으로도 인정하는 종목이나 리그는 없다. 애초부터 팀에 소속돼 커리어를 쌓은 선수에게 누적 승패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예를 들어, 프로데뷔 17년차 A라는 농구선수가 있고, 그가 소속돼 있던 팀에서 17년간 출전한 경기의 승패 결과를 계산해봤더니 300승-150패였다고 치자. 그런데 이걸 'A선수가 통산 300승을 달성했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중에는 엄청난 기록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을 때도 있고, 또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인한 저조한 활약때문에 '패배의 요인'으로 비판받았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결국 농구에서는 개인 활약도와 팀 승리의 상관관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 공식 개인 스탯 항목에 '승/패'가 없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팀 스탯 항목인 승수를 개인에게 붙이는 건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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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김단비가 2007년 프로 데뷔 후 이날까지 총 514경기에 출전해 317승(197패)을 올렸고, 23일 인천 신한은행전에서 출전해 승리하면 강영숙(전 우리은행)을 제치고 WKBL 선수 최다승 역대 1위가 된다'는 내용이다. 많은 매체가 이를 받아 기사화했다. 실제로 김단비는 23일 신한은행전에 나와 팀 승리에 힘을 보탰고, 경기 후 'WKBL 선수최다승 1위'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경기 후에는 감격어린 인터뷰까지 했다.
WKBL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이자 '레전드 후보' 김단비가 끊임없는 투혼과 열정으로 쌓아 온 여러 기록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경해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의 업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기록까지 무턱대고 칭송해야 할까. WKBL 홍보마케팅팀이 '뭔가 새로운 것'을 들고 와 김단비의 커리어를 더 돋보이게 하고 싶었을 수는 있다. 맡은 업무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한 점은 인정할 만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유불급'이었다. 굳이 '어디에도 없는 기록'을 가져다 붙이는 건 오히려 김단비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