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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붙이면 기록?' 선수얼굴에 먹칠하는 WKBL의 '과유불급' 기록만들기 홍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4-02-25 12:16 | 최종수정 2024-02-25 13:22


'아무렇게나 붙이면 기록?' 선수얼굴에 먹칠하는 WKBL의 '과유불급' …
WKBL 제공

질문 1. 한국프로농구 불세출의 스타인 '골리앗' 서장훈은 현역 시절 688경기에 출전해 1만3231점을 넣었다. 2013년 서장훈 은퇴 후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범죠가'의 위대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과연 서장훈은 현역시절 '몇 승'이나 거뒀을까.

질문 2. 한 시즌 56홈런(2003년), KBO 통산 467홈런(한일 통산 626홈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왕, '라이언킹'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선수시절 남긴 '불멸의 기록'이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현역 시절 '통산 몇 승'을 달성했을까.

기출변형된 질문은 얼마든지 있다. K리그 레전드 이동국의 현역시절 승수는? NBA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승수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현재까지 달성한 승리는? 정답은 모두 하나다. '알 수 없음'. 농구와 축구 야구 등 단체 프로스포츠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록(스탯) 항목에 없는 것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1차 스탯은 물론, 이를 재가공한 2차 스탯에도 나오지 않는다.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애초에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 단체 종목의 승리, 패배는 '팀'이 만든 결과다. 따라서 이 스탯은 '팀 기록' 또는 이를 총괄 지휘한 '감독 기록'으로 분류돼야 하며, 개별 선수의 업적이나 기록으로 인정하진 않는다. 팀의 승패 기록을 개인 기록으로도 인정하는 건 오직 프로야구의 투수 뿐이다. 이때도 선발-계투-마무리 등 보직에 따라 기록이 인정되는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 전세계 어디에도 팀의 승패 기록을 개인기록으로도 인정하는 종목이나 리그는 없다. 애초부터 팀에 소속돼 커리어를 쌓은 선수에게 누적 승패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예를 들어, 프로데뷔 17년차 A라는 농구선수가 있고, 그가 소속돼 있던 팀에서 17년간 출전한 경기의 승패 결과를 계산해봤더니 300승-150패였다고 치자. 그런데 이걸 'A선수가 통산 300승을 달성했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중에는 엄청난 기록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을 때도 있고, 또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인한 저조한 활약때문에 '패배의 요인'으로 비판받았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결국 농구에서는 개인 활약도와 팀 승리의 상관관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 공식 개인 스탯 항목에 '승/패'가 없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팀 스탯 항목인 승수를 개인에게 붙이는 건 난센스다.


'아무렇게나 붙이면 기록?' 선수얼굴에 먹칠하는 WKBL의 '과유불급' …
WKBL 제공
하지만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홍보마케팅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하지 않는 일을 '굳이' 나서서 하고 있다. 지난 22일, '우리은행 김단비 WKBL 선수 최다승 1위 도전'이라는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이미지 자료까지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요약하면 '김단비가 2007년 프로 데뷔 후 이날까지 총 514경기에 출전해 317승(197패)을 올렸고, 23일 인천 신한은행전에서 출전해 승리하면 강영숙(전 우리은행)을 제치고 WKBL 선수 최다승 역대 1위가 된다'는 내용이다. 많은 매체가 이를 받아 기사화했다. 실제로 김단비는 23일 신한은행전에 나와 팀 승리에 힘을 보탰고, 경기 후 'WKBL 선수최다승 1위'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경기 후에는 감격어린 인터뷰까지 했다.


WKBL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이자 '레전드 후보' 김단비가 끊임없는 투혼과 열정으로 쌓아 온 여러 기록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경해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의 업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기록까지 무턱대고 칭송해야 할까. WKBL 홍보마케팅팀이 '뭔가 새로운 것'을 들고 와 김단비의 커리어를 더 돋보이게 하고 싶었을 수는 있다. 맡은 업무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한 점은 인정할 만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유불급'이었다. 굳이 '어디에도 없는 기록'을 가져다 붙이는 건 오히려 김단비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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