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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나 보네요."
올 시즌은 두 단계씩 업그레이드, 2위 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박정은 BNK 감독으로선 선수 시절 자신의 등번호 '11'이 영구 결번으로 지정된 친정팀 삼성생명, 여기에 선수와 코치 시절 은사인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을 상대로 공교롭게 2년 연속 똑같은 싸움을 하고 있으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8일 용인실내체육관서 열린 두 팀의 대결을 앞두고 박 감독은 "친정팀과 2년 연속 순위 경쟁을 펼치니 운명인가 보다"고 웃으면서도 "그나마 두 팀 모두 4위가 아니라 2위를 다투는 경기이니, 다행이면서 좋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홈인 부산에서 훨씬 힘을 내는 젊은 선수들이다보니,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임 감독은 "어차피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모두 이겨내야 한다. 따라서 4위를 차지해 1위팀을 미리 PO에서 만나도 상관없다"며 다소 여유를 보였다. 지난 2018~2019시즌과 2020~2021시즌에 연속으로 우리은행을 PO에서 물리친 바 있고, 심지어 2020~2021시즌에는 정규리그 4위임에도 우리은행에 이어 KB스타즈까지 물리치고 챔프전 정상에도 오르는 '언더독의 반란'을 제대로 보여준 자신감도 은근슬쩍 담겨 있었다.
전반전은 삼성생명의 우세였지만, BNK도 강하게 따라붙었다. 삼성생명은 1쿼터에 배해윤이 골밑과 미들슛, 강유림이 3점포 2개 등으로 각각 8득점씩 책임졌고, 2쿼터에는 교체 멤버 이명관이 10득점 그리고 이해란이 6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전 선수가 모두 참가해 리바운드 싸움에서 20-11로 앞선 것이 전반을 42-37로 앞선 원동력이 됐다.
다만 최근 2연승의 상승세를 이끈 가드 조수아가 전반에만 3파울을 기록한데 이어, 3쿼터 중반 파울 아웃을 당하며 전체적으로 볼 움직임이 뻑뻑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드 신이슬조차 3파울로 수비 움직임이 둔화된 상황이라 앞서고 있지만 불안감을 감추긴 힘들었다. 그래도 이해란이 골밑 돌파, 미들 레인지, 스틸 후 속공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3쿼터에만 9득점을 성공시키며 팀의 62-58 리드를 지켜냈다. BNK도 강한 압박 수비와 함께 전반 4득점에 그쳤던 슈터 이소희가 9득점을 성공시키며 맞불을 놨다.
운명의 4쿼터. 이날 공격을 책임졌던 이해란 배혜윤 이명관이 계속 골밑을 파고 들며 점수를 쌓아나갔고, 70-66으로 앞선 상황에서 강유림이 3점포와 2점포를 연달아 꽂아 넣으며 5득점, 사실상 승리를 결정지었다. 삼성생명은 78대73으로 승리, 3연승으로 24일만에 단독 2위를 탈환한 반면 BNK는 한단계 내려 신한은행에 공동 3위를 허용했다.
용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