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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전성현 생각이 안나겠네.
사실 KGC의 이번 시즌에는 의문 부호가 붙었다. 팀을 강팀으로 조련해놓은 김승기 감독이 고양 캐롯으로 떠났다. 김상식 감독이 부임했고, 코치진도 모두 바뀌었다. 여기에 슈터 전성현도 김 감독을 따라 캐롯행을 결정했다. 나머지 선수들의 면면이 워낙 화려하기는 하지만, 외곽에서 3점슛을 뻥뻥 터뜨려주던 전성현의 공백을 쉽게 메우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이 공백이 느껴지지 않기에 KGC가 8승1패라는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전성현이 있을 때도 이렇게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 중심에는 배병준이 있다.
9경기 평균 26분27초를 뛰며 9.3득점 3.7리바운드 1.9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프로에 데뷔하고 가장 많이 뛴 시즌이 2018~2019 시즌 평균 13분16초였다. 나머지 시즌은 거의 5분 정도밖에 뛰지 못했다. 득점 역시 수직 상승했다.
기록 뿐 아니라 내용이 알토란 같다. 사실 배병준은 수비력 좋고, 간간이 3점을 터뜨리는 백업 요원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KGC에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자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잠재력을 '대방출'하고 있다. 3점슛 뿐 아니라 수준급 돌파에, 동료들을 찾아주는 어시스트와 속공 처리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전성현이 공격에서의 파괴력에 비해 수비 약점이 아쉬웠는데, 배병준은 공-수 밸런스까지 잡혀있어 전성현 못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배병준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2012는 창원 LG에서 데뷔한 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KGC로 이적하며 김승기 감독을 만났다. 이 때 기회를 받으며 농구에 눈을 조금 떴다. 그리고 2020년 서울 SK 이적을 선택했다. 연봉을 더 주는 곳으로 가는 프로 선수의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멤버가 화려했던 SK에서는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 KGC가 다시 배병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성현의 이탈이 확정되자, 곧바로 배병준을 떠올린 것이다. KGC에서 생활도 했고, 팀 문화도 잘 알고 있어 적응 기간 없이 잘 녹아들 거라는 판단이었다. 배병준도 배수의 진을 쳤다. 구단이 제시한 다년 계약을 뿌리치고, 1년 계약을 선택했다. 이번 시즌 제대로 보여주고, 다시 평가를 받겠다는 의미였다.
팀에 새롭게 부임한 김상식 감독은 비시즌 배병준이 훈련,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컵대회부터 주전으로 출격시켰다. 성공에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배병준을 잘 아는 한 농구인은 "정말 이를 악물고 훈련하는 독종이다. 팀 훈련 2시간 전부터 개인 훈련을 했다.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하는 게 당연한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