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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조별리그 3연승 거둔 추일승호, 한국농구의 국제무대 새 경쟁력 만들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7-17 16:29 | 최종수정 2022-07-18 06:07


한국남자농구대표팀 추일승 감독.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새로운 경쟁력으로 재무장한 한국 남자농구가 국제무대에서 모처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종전과는 다른 팀 컬러를 앞세워 강적들을 연파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준 것. 이전 대표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스타일로 팀을 이끈 추일승 감독의 전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추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있는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조별예선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FIBA 랭킹 30위인 한국은 B조에서 '아시아최강' 중국(29위)을 비롯해 대만(69위), 바레인(106위) 등 까다로운 상대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비록 대만과 바레인의 랭킹이 한국보다 낮다고는 해도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무엇보다 강력한 높이로 무장한 '아시아 최강' 중국은 가장 어려운 상대로 평가됐다. 중국은 아시아컵에서 16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추일승호'는 거침없이 상대를 격파했다. 지난 12일 예선 첫 상대인 중국을 상대로 93대81의 낙승을 거두더니 대만(87대73)과 바레인(78대73)을 차례로 꺾고 조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예선전이긴 해도 한국 농구의 달라진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한국남자농구대표팀 최준용.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이러한 선전의 비결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하나는 대표팀 구성원들의 '진화'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12명의 평균신장은 1m96.3으로 역대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역사상 최장신이다. 덕분에 국제 무대에서 한국 농구의 발목을 잡았던 '신장의 열세'가 해결됐다.

단순히 평균 신장만 높아진 게 아니다. 세대를 거치면서 스피드와 야투, 수비력에 농구 센스까지 두루 갖춘 장신 선수들이 대거 등장해 프로 경험을 쌓으며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KBL MVP를 차지한 최준용(2m)을 필두로 김종규(2m7) 양홍석(1m95) 송교창(2m) 이우석(1m96) 이대헌(1m97) 등이 다양한 전술을 소화하며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라건아(1m99)가 확실한 팀의 중심 역할을 해주고 있다.

대표팀 선전의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추일승 감독의 과감한 전략이다. 추 감독은 이번 아시아컵을 앞두고 종전 농구 대표팀의 구성과 운영 방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기술과 스피드가 뛰어난 가드를 중심으로 팀을 운용하던 종전 대표팀과는 달리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신 포워드들을 대거 선발해 이들 중심으로 경기별 전술을 가동했다.


바레인과의 2022 FIBA 아시아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한국남자농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예선 3경기 동안 추 감독은 철저히 포워드 위주로 전술을 운용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2가드를 쓰기도 했지만, 풍부한 장신 포워드들을 계속 로테이션해가며 내외곽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대표팀을 이끌고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나서면서도 뚝심 있게 자신의 농구 철학을 구현해 낸 것이다.

이런 전술이 가능했던 1차 요인은 앞서 언급한 대로 선수 개별 능력의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달라진 현 세대 주역 선수들의 능력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철저히 활용해 결국 한국 농구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낸 추 감독의 지도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이를 다루는 '셰프'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결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추일승호의 '1차 목표'는 4강 진출이다. 21일 D조 2위-C조 3위의 플레이오프 승자와 8강전을 치르는데, 여기서 이기면 1차 목표는 달성한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이제 막 비상을 시작한 '추일승호'가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벌써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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