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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스케치] '진화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다시 정상을 꿈꾸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결심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7-14 16:26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선수들의 슈팅 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아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아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선수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위성우 감독이 2012년 초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은 극도로 침체돼 있었다. 성적도 좋지 못했고, 선수들의 사기와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위 감독은 이런 침체된 팀의 분위기를 강력한 카리스마와 엄청난 훈련으로 깨부쉈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당시 선수들은 '악으로, 깡으로' 위 감독의 훈련을 따라오는 과정에서 최강의 플레이어들로 진화해나갔다. '2010년대 우리은행 왕조'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 시기 우리은행의 '극악 훈련'의 대표 프로그램이 바로 트랙 훈련이었다. 위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빠르고 강력한 수비 농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코트 훈련에 앞서 일단 선수들을 달리게 했다. 거의 매일 10~15㎞를 달렸다. 선수들이 지쳐 쓰러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쓰러졌던 선수들이 다시 일어났을 때에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져 있었다.


아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그런데 부임 10주년을 맞이한 위 감독이 자신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트랙훈련'을 과감히 '버렸'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부터 홈구장인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FA로 영입한 김단비와 고아라 등을 포함해 박혜진, 박지현, 김정은, 최이샘 등 기존 선수들까지 모두 참가했다. 부상 등의 이유로 훈련에 제외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아산시와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훈련 환경도 무척이나 쾌적했다. 위 감독이 다시금 훈련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위 감독은 이번 훈련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전주원, 임영희 코치 등과 상의도 하고 스스로도 생각을 정리한 끝에 훈련 프로그램을 이전과 다르게 구성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트랙 훈련이 아예 삭제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이번 훈련에서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서킷 트레이닝을 번갈아 가며 실시한 뒤 코트 밸런스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전술 훈련과 슛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훈련 프로그램의 재조정이 의미하는 것은 위 감독과 우리은행의 새로운 진화다. 위 감독은 "내가 이 팀에 온 지 10년이 됐다. 10년 전하고 지금하고 같을 수는 없다"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선수들이 대부분 어렸다. 많은 훈련량으로 더 나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수 구성이 전과 다르다. 연령대도 높아졌고…문득 과연 '트랙 훈련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시즌 개막 전까지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팀을 조련할 계획이다. 그는 "아산 훈련에서는 코트 감각을 끌어올리고, 7월말 일본 전지훈련에서는 실전 위주로 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벌써 많은 걸 소화할 수는 없다. 대표팀에 4명(박혜진 김단비 박지현, 최이샘)이나 차출되기 때문에 어차피 나중에는 다시 만들어야 한다. 기본만 갖춰놓고, 개막 전까지 차근차근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보다 긴 호흡으로 좀 더 안전하게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를 통해 위 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하나다. 바로 '최강으로의 회귀'다. 위 감독의 새로운 결심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 지 기대된다.


아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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