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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챔프전이란게…" 기적을 노렸던 우리은행의 뜨거운 눈물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2-04-14 20:47 | 최종수정 2022-04-14 21:03


사진제공=WKBL

[아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챔피언결정전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14일,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KB스타즈의 '2021~2022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5전3승제) 3차전이 열린 아산이순신체육관.

결전을 앞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표정은 '역시나' 덤덤했다. 위 감독은 2012~2013시즌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강호로 이끈 명장이다. 앞선 여섯 차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을 맛봤다. 그의 역대 챔피언결정전 전적은 15승4패, 승률 78.9%에 달했다. 임달식 전 인천 신한은행 감독(16승4패, 승률 80%)에 이어 최다 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승부사 위 감독이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청주 원정에서 치른 1~2차전에서 연달아 패했다. 3차전에서도 패하면 그대로 '시즌 끝'이다. 게다가 선수들의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직후 3일 휴식 후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8일을 쉰 KB스타즈와 비교해 휴식 자체가 부족했다.

위 감독은 "오늘 경기를 승리해야 다음 경기도 할 수 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 저쪽은 끝내려고 총력전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겨야 다음이 있다. 걱정은 김정은과 최이샘의 몸 상태다. 혹시나 다칠까봐 크게 걱정이다. 선수들은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경기일 수 있다. 김정은은 언제 챔피언결정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정은이가 사실 경기를 안 뛰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본인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벼랑 끝 우리은행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맏언니' 김정은은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에이스' 박혜진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스피드로 상대 골밑을 파고들었다. '핵심' 김소니아는 공수에서 하드캐리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2쿼터 중반 김진희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다. 남은 선수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기적의 신호탄을 쏘지 못한 채 60대78로 패배를 기록했다.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훔쳤다. 경기장을 채운 팬들은 선수들의 아름다웠던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우리은행의 길었던 2021~2022시즌이 막을 내렸다.

경기 뒤 위 감독은 "우리가 아쉽게 진 게 아니다. 후련하다.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다. 좌절할 게 아니다. 쉬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이 많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것을 선수들이 이겨내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이 아쉬움을 버리지 말고 가지고 갔으면 한다. 더 잘 준비해서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우리은행은 올 시즌 세대교체 과도기를 겪었다. 김정은(35) 홍보람(34) 박혜진(32) 등 베테랑 군단은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빈자리를 채워야 할 어린 선수들은 기대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김소니아(29) 최이샘(28) 박지현(22) 등이 끌어갔지만 명확한 한계에 부딪쳤다. 특히 최이샘은 부상을 안고 뛰었다. 이제 우리은행 앞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란 숙제가 명확해졌다. 오승인(22) 편선우(20) 김은선(19) 등 우리은행의 미래를 이끌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절실하다.


아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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