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실력으로 떼어낸 '대행 꼬리표', 신한은행 구나단 대행 정식 감독 승격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2-22 15:38 | 최종수정 2022-02-22 15:46


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기가 열렸다.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대행.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1.06/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무런 배경도 없던 말 그대로 '무명(無名)'의 지도자가 3년 만에 번듯한 프로팀 감독이 됐다. 약간의 행운과 뜻밖의 변수가 작용하긴 했지만, 이런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건 오로지 '실력'이었다. 여자 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감독대행'에서 '대행' 꼬리표를 떼어 낸 구나단(40) 감독의 이야기다.

신한은행 농구단은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구다단 감독대행을 감독으로 승격한다'고 밝혔다.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다. 오히려 이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 비상식적이라고 할 만 하다. 그만큼 구 감독이 팀에 미친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시즌 준비기간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을 맡는 등 위기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여준 성과를 높이 평가해 진옥동 구단주가 감독대행이 아닌 감독으로 에스버드 농구단을 이끌어주길 먼저 제시했으며, 이를 구 감독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는데, 한치도 과장된 내용이 없다.

구 감독은 한국 농구계에서는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철저한 무명 출신이다. 약간 과장하면 '농구 잘하는 일반인'과 거의 다를 바 없다고 할 정도였다. 초등학교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간 구 감독은 캐나다 서 존 맥도날드 고등학교때부터 모학 컬리지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캐나다 아마추어 학생 리그의 수준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대학 시절 인대파열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한 구 감독은 모교인 모학 컬리지와 맥마스터 대학 코치로 활동했다.

그러던 2009년 한국에서 농구지도자가 되기 위해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명지대학교 농구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유명 영어학원 강사로도 일했다. 그러나 끝내 기회를 잡지 못했고, 다시 한국을 떠난다. 이후 구 감독은 2015년부터 3년간 중국 상하이 여자농구팀 코치로 일했다.

이런 무명의 인물을 한국 농구계로 이끈 인물이 바로 정상일 전 신한은행 감독이다. 정 감독은 2019년 팀을 새로 꾸리며 구 코치를 팀에 합류시켰다. 구 코치는 이후 정 감독을 도와 신한은행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시즌 준비 도중 건강 악화로 자진사퇴 한 정 전 감독 대신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신한은행 구단은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구 감독을 '대행'으로 삼아 일종의 테스트를 했다. 말하자면 인턴 기간이나 마찬가지였던 셈. 외부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구 감독대행은 실력으로 이런 시선을 이겨냈다. 이번 시즌 신한은행을 이끌고 정규리그 3위를 확보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의 성과를 냈다. 신한은행도 이런 성과를 인정해 구 감독에게 3년 계약을 제시했다. 이휘걸 코치도 함께 구 감독을 보좌하게 된다.

신한은행 측은 "구 감독이 작전 타임 중 보여준 논리 정연하고 이해하기 쉬운 작전 지시로 얻은 '일타 강사'라는 별명답게 시즌 준비 중에도 선수들에게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도로 선수 개인의 실력 성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이를 하나로 뭉쳐 최고의 팀웍이 살아날 수 있는 전술을 만들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달성했다"면서 "이렇듯 과정에서의 열정과 그에 따른 결과를 보고 다시 한번 최강 에스버드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사령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향후 3년간 감독직을 요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2022 임인년 신년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