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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없었던 여자농구, 더 펄펄난 국내 선수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1-03-18 12:29


지난 15일 용인실내체육관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삼성생명 김한별 배혜윤 이명관에 동시에 둘러싸인 KB스타즈 박지수가 급하게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사진제공=WKBL

'외국인 선수 없는 코트, 펄펄난 국내 선수들.'

여자 프로농구가 정규리그 4위팀 삼성생명의 챔프전 우승으로 15일 막을 내렸다. 4위팀이 1위와 2위팀을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연달아 꺾는 '언더독의 반란'은 포스트시즌을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해줬다. 피를 말리는 명승부와 이를 실현시킨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 그리고 이 안에 담긴 땀과 눈물까지 말 그대로 '잔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한국 여자농구에 가장 긍정적인 소식은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만으로도 얼마든 아기자기하고 경쟁력 높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식스맨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부쩍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수를 올 시즌 불러들이지 못했는데 역으로 상당한 부수적인 효과를 누린 셈이다.

단일 시즌으로 개편된 2007~2008시즌부터 사라졌던 외국인 선수 제도는 국내 최장신 센터 하은주를 보유했던 신한은행의 독주를 막고 전력 평준화를 꾀하며, 프로농구에 걸맞는 더 많은 볼거리를 주고 정체된 국내 선수들의 성장을 북돋는다는 의미로 지난 2013~2014시즌부터 부활한 바 있다. 여러 긍정적 효과는 분명 있었지만, 특히 약팀의 경우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50% 가까이 차지하며 의존도가 너무 심화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예를 들어 수준급 가드인 안혜지와 특급 용병 단타스를 보유한 BNK썸은 지난 시즌 두 선수의 투맨 게임을 활용해 리그 막판까지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펼칠 수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상태로 맞은 올 시즌엔 리그 수준을 떨어뜨릴 정도의 경기력으로 1할대 승률에 그친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선수층이 이미 탄탄한데다, 정규시즌 중 벤치 멤버들의 경쟁력을 계속 성장시킨 팀들은 결실을 봤다.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삼성생명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 식스맨에서 주전으로 성장한 김단비뿐 아니라 신이슬 이명관 김한비 조수아 등이 정규리그에서도 가비지 타임이 아닌 접전 때도 지속적으로 기용되며 경험을 쌓았고, 포스트시즌이란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실력을 발휘했다. 박혜진과 김정은이 부상으로 자주 전력에서 이탈한 탓에 기회를 얻은 우리은행 김진희는 풀타임 첫 시즌에 어시스트상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고, 하나원큐 강유림도 주전 고아라의 빈자리를 잘 메우며 신인상을 받으며 내년 활약도 예고했다. 이밖에 신한은행 한엄지 김애나, KB스타즈 김민정 허예은 등도 올 시즌 기회를 잡으며 부쩍 성장한 식스맨 혹은 새 얼굴들이다.

더불어 외인 없이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이를 깨뜨리기 위한 라이벌 팀들의 다양한 공수 전략이 속출하고 비교적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수준이 한단계 성장한 것도 상당한 플러스 효과라 할 수 있다. 시즌 전반기만을 따져도 무려 17명의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 하이(역대 최고) 기록을 쏟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현장에서도 당분간 외인 없이 리그를 진행해보자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다. 최근 열린 6개 구단 사무국장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의 일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개선위원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야 하겠지만, 내년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없이 또 어떤 선수가 두각을 나타낼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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