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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68 소년이 KBL 레전드가 되기까지, 양동근 농구 인생에 타협 없었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3-31 16:27 | 최종수정 2020-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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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라도 더 뛰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양동근(39·현대모비스). 그의 농구 인생에 타협은 없었다.

정규리그 MVP 4회, 플레이오프 MVP 3회 등 한국프로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양동근의 영광 뒤에는 끝없는 노력이 있었다. 그의 이름 앞에 'KBL(한국프로농구연맹)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양동근이 그 화려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정든 코트를 떠난다.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이 2019~2020시즌을 끝으로 전격 은퇴를 결정했다. 이제 진짜 '레전드'로 남는다.<스포츠조선 3월 31일 단독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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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68 벤치 워머의 간절했던 '1분'

양동근은 지난 2004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양동근을 지명한 것은 전주 KCC였지만, 곧바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외국인 선수 임대 영입 과정에서 KCC가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넘겨줬고, 현대모비스가 이 1순위 지명권을 활용해 양동근을 품에 안은 것이다.

당시 양동근은 대학농구 약체로 분류됐던 한양대를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주목 받았다. '전통의 강호' 연세대-고려대-중앙대 출신이 아닌 대학의 선수가 드래프트 사상 첫 전체 1순위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양동근의 이름 앞에는 기대보다 물음표가 먼저 붙었다. 현주엽 김주성 등 드래프트 1순위 선배들과 비교해 이름값에서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프지만 냉정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양동근에게는 성실함과 간절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순탄치 않았던 농구 인생을 걸으며 자연스레 체득한 것이었다.


양동근은 고등학교 시절 키가 1m68(현재 1m80)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천재'도 아니었다. 양동근은 가드로서의 리딩 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배에 밀려 벤치를 지키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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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코트 밖에 머물던 양동근. 그는 경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양동근은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다. 하지만 '왜 1분밖에 뛰지 못하는지' 억울해 해야한다. 1분이라도 더 뛰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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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앞에 부끄러움은 없다, 레전드를 만든 노력

양동근의 구슬땀은 프로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바로 왼손 훈련이다. 양동근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손 드리블을 연습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이 "양동근이 혼자서 왼손 드리블을 연습한다. 오른손만으로는 완전한 농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양동근처럼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후배들에게 배우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양동근은 과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농구 과외 선생님을 찾습니다. 시급과 별도로 커피도 제공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당시 이 문자를 받은 한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농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가 이런 말을 한다"고 놀라워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 공부에도 전념했다. 양동근이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훈련시간 다음으로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는 점심시간 직후 주어지는 개인 시간을 활용해 영어 공부를 했다. 자신만의 '회화 파일'을 만들어 활용했다.

그 결과 양동근은 경기 조율과 득점에 모두 능한 듀얼 가드로 명성을 날렸다. 여기에 강력한 수비력까지 갖췄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는 기록이 입증한다. 그는 정규리그 665경기에서 평균 33분6초 동안 11.8점-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평균 33분10초-11.5점)과 은퇴 시즌(평균 28분24초-10점) 차이가 거의 없다.

양동근은 2005년 신인상을 시작으로 4번의 정규리그 MVP와 3번의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다. '베스트5' 9회, 최우수 수비상 2회, 수비 5걸상 3회 선정됐다. KBL 모범선수상도 두 차례나 받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제공=KBL
위대한 팀을 만든 거인, 이제는 지도자로 제2의 농구 인생

양동근이 '위대한 선수'로 평가 받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팀에 힘을 보탰다. 양동근을 앞세운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5회, 챔피언결정전 6회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상범 원주 DB 감독은 "양동근은 정말 훌륭한 선수다. 사실 KBL 역사에 양동근보다 농구를 더 잘하는 선수는 있다. 하지만 양동근처럼 팀을 수 차례 정상에 올린 선수는 없다. 자신의 역할은 물론이고 팀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 오직 팀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캡틴으로 현대모비스를 이끈 양동근은 후배들 사이에서도 '믿을맨'으로 통한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후배 함지훈은 과거 "팀에는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우리 팀에서는 양동근 선배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장이자 에이스였던 양동근. 그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한결같이 '동료 덕분, 제 탓'이라는 자세로 임했다. 양동근은 "나도 내 인터뷰가 재미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더 할 말이 없다. 그저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줄곧 말을 아꼈다.

농구에 타협은 없었던 양동근. 이제는 지도자로 '제2의 농구인생'을 걸어간다. 농구 관계자는 "양동근은 은퇴 뒤 지도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동근은 지도자 수업을 위해 미국 연수를 추진 중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그 시기는 불가피하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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