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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를 잘한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NBA에서 슈퍼스타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5명의 선수들이 확실한 기본기와 팀컬러를 갖췄을 때, 슈퍼스타의 가치도 더 빛난다. NBA도 이런 부분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계 최고의 리그다.)
동유럽 농구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철저한 기본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약속된 플레이, 거기에서 나오는 확실한 팀 컬러가 있다.
리투아니아에는 국내 팬에게도 친숙한 NBA 리거 요나스 발렌슈나스, 도만타스 사보니스가 있다. 지난 시즌 토론토 주전 센터로 뛰다가 멤피스로 이적한 발렌슈나스. 인디애나에서 핵심 요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사보니스.
체코는 토마스 사토란스키가 있다. 지난 시즌까지 워싱턴 위저즈의 핵심 식스맨. 올 시즌 시카고 불스와 계약을 맺었다.
흔히 국내 농구인들은 국제경쟁력을 얘기할 때 신체조건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아프리카는 운동능력에서 메울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동유럽은 높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한국은 리투아니아, 체코와 평가전을 했다.
나름 선전했지만, 패배했다. 수준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신체 조건이 핵심 요인이었을까.
물론 불리한 상황이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고, 상대의 긴 팔에 공수에서 좀 더 뛰어야 원활한 패스와 슛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핸디캡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리투아니아, 체코와 한국의 결정적 차이점은 아니었다. 체코전에서 리바운드는 한국 40개, 체코가 37개였다.
일단 개개인의 기량 자체가 더 뛰어났다. 테크닉과 움직임에서 차이가 났다. 현대 농구의 핵심 중 하나는 2대2. 여기에 스크린 활용이 코어다. 그들은 상대가 스크린이 들어올 때 어떻게 수비하는 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 팀동료들과 '토킹'으로 협력하거나, 좋은 수비 스텝으로 스크린 수비를 효율적으로 한다. 이런 기술을 역이용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스크린을 이용한 2대2, 3대2, 5대5 농구패턴을 정확하게 실행한다. 한국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게다가 좀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한국과의 결정적 차이였다. 김상식 한국 대표팀 감독도 25일 체코전이 끝난 뒤 "장신들이지만, 우리보다 더 많이 움직인다, 쉴 새 없이 스크린을 걸고 움직여 약속된 플레이에서 공격 찬스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때문에, NBA 리거가 있지만, 체코와 리투아니아는 그들에 대한 의존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즉, 선수들은 더 많이 훈련하고, 지도자들은 더 많이 고민한 결과물이다.
체코는 유럽무대에서 올해 러시아와 두 차례 만났다. 러시아는 한국과 농구월드컵에서 같은 조에 속해 있다. '러시아전을 대비한 충고'를 얘기하자, 체코 로넨 긴즈부르크 감독은 "제대로 된 자기만의 팀 색깔이 필요하다"고 했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기본적 얘기지만, 한국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핵심은 선수들의 개개인의 능력, 특히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수 탓만을 할 수 없다. 한국의 농구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센터 중심의 구식 농구에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지도자들, 치밀한 미래 플랜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농구 행정 수뇌부들, 그리고 이런 환경 탓을 하며 절대적 기량을 제대로 향상시키지 못하는 현역 선수들의 게으름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즉, 농구 자체에 대한 고민이 다른 농구 선진국 농구인들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일본은 농구월드컵을 대비한 친선전에서 독일을 86대83으로 눌렀다. 독일은 세계랭킹 22위의 팀. 데니스 슈뢰더 등 NBA 리거도 많다. 이날 슈뢰더도 뛰었다. 일본 농구의 약진은 예견됐다. NBA 대형신인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루이 하치무라, NBA 멤피스와 투웨이 계약에 성공한 와타나베 유타가 핵심. 여기에 귀화한 센터 닉 파지카스가 중심을 이뤘다. 일본농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장기적 투자를 계속 했고,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일본과의 단순 비교가 아니라, 절대적 기준에서 일본은 강해지고 있다. 자신의 팀 컬러를 만들고 있다. 국내 농구인들이 말하는 '신체조건의 차이'는 패배주의로 직결된다. 자신들의 노력 부족에 대한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
언제쯤 한국은 동유럽 농구처럼 '농구를 잘할 수' 있을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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