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G '25초의 기적'을 만든 숨은 힘, '노란 물결'의 에너지였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3-25 11:59


◇창원 LG 홈팬들이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때 구단이 제공한 노란색 응원티셔츠를 입은 채 LG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그 기운 덕분에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의 간절한 염원은 때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케 한다. '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하나의 목표를 향한 군중의 간절한 염원이 만드는 에너지의 힘일 수도 있다. 창원 LG의 승리를 기원하며 노란색 응원 티를 입은 5000 관중의 하나된 함성. 그 '노란 물결'이 기적을 만들었다.

LG는 지난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부산 KT를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94대92로 2점차 승리를 따냈다. 경기를 지켜보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구단 프런트 조차 '이제는 끝이구나'하고 생각할 무렵, '25초의 기적'이 일어났다.


◇노란색 승리기원 티셔츠를 입은 창원 LG 치어리더들이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6강 PO 1차전 때 관중의 응원을 이끌어내는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사실 KT가 다 이긴 분위기였다. KT는 경기 종료 1분 30초 전부터 연속 6득점을 몰아넣으며 85-80으로 역전에 성공한다. 특히 조상열이 51초와 31초에 연속 2개의 스틸을 하며 LG의 공세를 차단하고 팀 득점을 이끌어냈다. 31초에 나온 두 번째 스틸은 LG 가드 김시래를 상대로 만든 것이었다. 5점차로 뒤진 LG에 남은 시간은 27초 남짓. 역전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LG에 행운이 따랐다. 공격권을 잡은 LG는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왔다. 이어 김시래가 포스트에 있던 제임스 메이스에게 패스했는 데, 그를 마크하던 마커스 랜드리의 수비 때문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메이스가 한 손으로 토스하듯 다시 공을 김시래에게 전했다.

시간이 빠듯한 상황. 김시래는 3점 라인 밖에서 다급하게 솟아올랐다.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한 LG 관계자는 "위치나 타이밍상 안 들어갈 것 같았다. '이렇게 지는구나'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김시래가 이렇게 다급한 심정으로 던진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종료 25초전에 터진 추격의 신호탄이었다. 결국 이 슛을 계기로 LG는 연장까지 간 끝에 이길 수 있었다.


◇창원 LG 구단 마스코트가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6강 PO 1차전 때 대형 구단깃발을 들고 질주하며 관중의 함성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오죽하면 KT 서동철 감독이 "마지막 '럭키'했던 3점슛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고 패장인터뷰에서 언급할 정도였다. 또 실제 슛을 던진 김시래나 이를 코트에서 본 김종규도 "실력보다 다른 무언가의 덕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시래와 김종규가 언급한 결정적 3점슛 성공에 작용한 '보이지 않는 힘'이란 이날을 위해 준비한 노란색 티를 입은 홈팬들이 전한 응원의 에너지였다.

LG 구단은 2014~2015시즌 이후 4년 만에 오른 플레이오프에서 충성도 높은 홈 팬들과 함께 승리를 기원하겠다는 의미로 이날 1차전에 단체 티를 제작해 무료배포했다. 구단 로고에 들어간 빨강과 하양, 검정, 노랑의 4가지 색 중에서 고심 끝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노란색을 택해 제작에 들어갔다. 여러 차례 시안을 검토하며 가장 밝고 세련된 색감의 '노란색'을 골랐다고 한다.


이를 통해 LG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오프 응원 문화를 만들어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노란 티를 입고 하나가 돼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선수들도 그런 에너지 덕분에 승리했다며 기쁨과 감사를 팬에게 돌리고 있다. 긍정적인 선순환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창원의 '노란 물결'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기대된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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