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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지는 경기가 나오면, 영상을 보며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연구했습니다."
대부분의 팀들은 득점이 꼭 필요한 클러치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를 찾는다. 열에 아홉이 그렇다. 하지만 최근 KCC 농구를 보면 브랜든 브라운보다 이정현이다. 브라운이 공을 잡고 우왕좌왕하면, 이정현이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특유의 돌파에 이은 스텝 기술로 기어코 득점을 만들어내고 파울을 유도한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KCC에 합류했다. 첫 시즌은 뭔가 맞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차출로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볼 기회도 부족했고, 안드레 에밋의 존재로 공격에 있어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날개를 달았다. 정규리그 평균득점이 16.8득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중이다. 자신을 괴롭히던 플라핑 논란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최근 경기를 보면 과도한 액션을 피하고 있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동작으로 파울을 얻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브라운도 "기량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어깨에 큰 짐을 짊어지고, 꿋꿋이 산에 오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며 "나는 NBA와 관련해 비교하고 묘사하는 걸 안좋아하는데, 이정현은 정말 그 급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골밑 돌파까지 많은 옵션이 있고 마무리, 파울 유도 능력이 좋다. '과연 들어갈까', '이건 아닌데' 생각이 드는 터프샷을 성공시키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정현은 한국 나이로 33세다. 신체, 기량의 차이도 있다. 이들의 NBA 얘기가 100% 진심이 아닐 지 몰라도, 이런 얘기를 듣는 자체가 선수에게는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정현은 "욕먹는다"며 브라운을 나무랐다.
이정현은 최근 활약에 대해 "오그먼 감독님이 나를 빛날 수 있게 해주신다. 나는 세트오펜스에서는 그저 그런 선수다. 하지만 내 강점이 빛날 수 있게 모션오펜스를 통해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신다"고 말하며 "내가 찬스를 잡을 수 있게 감독님 뿐 아니라 코트 위 나머지 4명의 동료들이 희생해준다. 동료들이 궂은 일을 해줘 내가 빛나고 있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이어 "나는 공격적인 선수다. 더 공격적으로 하려 한다. 클러치 상황도 항상 자신있게 즐기려 한다. 자신감을 갖고 하니 슛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솔직히 클러치 상황 내 욕심에 지는 경기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영상을 바로 돌려보며 '다음에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겠다'고 연구했다"고 했다. KGC전 4쿼터 마지막 동점슛 상황. 이정현이 원맨 속공을 치고 나가는데 KGC 2명의 수비수가 붙었다. 이정현은 느리게 스텝을 밟은 뒤 정상적인 레이업이 아닌 엉거주춤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정현은 "평상시대로 레이업을 올라갔다면 블록슛을 당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지그재그 스텝을 밟아 속도를 줄여 수비를 따돌리고, 상황에 맞게 슛을 던졌다"고 했다. 실패의 경험, 그리고 치열한 연구가 만들어낸 플레이였다.
나는 신인 때부터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항상 발전하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실이 조금씩 맺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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