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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는 구단의 역사와 업적면으로 보면 '명문구단'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KBL 리그 출범 원년인 1997년 대전 현대 다이넷으로 출발해 대전 현대 걸리버스(1999년10월~2001년5월)와 현 전주 KCC(2001년5월~현재)에 이르기까지 무려 21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기간 5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4번의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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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KCC구단이 수석코치 선임을 발표한 시점이다. 전 전 감독은 지난 2015년 4월 안양 KGC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지 한달만에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의혹으로 물러났다. 이로 인해 KBL로부터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의 징계를 받았고, 이 상태가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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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전 전 감독이 프로농구계에서 쌓은 업적을 인정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농구계에 돌아와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주어질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개인적 견해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모든 범죄 혐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3년여 전 전 전 감독에게는 세 가지 범죄 혐의가 있었다. ①승부조작 ②불법 스포츠도박 ③단순 도박이었다. 검찰 수사에서 ①과 ②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만 한 실질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③에 대해서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현재 전 전 감독은 이에 불응해 대법원에 상고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대법원 판결 전까지 여전히 전 전 감독은 '유죄 상태'라는 뜻이다. 때문에 ③마저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징계 철회의 근거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조건이 충족된 이후, 두 번째 조건이 따른다. 바로 전 전 감독의 사면과 복권은 본인 스스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대리인을 고용하거나, 언론과 여론에 호소하거나, KBL을 직접 찾아가 요청하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핵심은 실추된 명예를 정당하게 찾으려는 노력은 자신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의 많은 사례가 입증하는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 진실을 밝히고, 명예의 빛을 되찾는 단 하나의 길은 스스로 먼저 용기를 내 싸우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특정 구단이 대신 나서고 거기에 묻어가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설령 이런 편법으로 복귀가 된다고 한들, 그 명예가 빛이 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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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결과적으로 지금 모든 숙제는 KBL이 떠안게 됐다. KCC 구단이 전 전 감독의 수석코치 등록 서류를 제출한 시점에서 공은 KBL로 넘어간 셈이다. KBL은 3일 오전 9시에 재정위원회를 열어 전 전 감독의 등록 심의를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전 전 감독도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고 한다.
과거 징계를 철회하고 KCC의 등록 요청을 받아들일 지가 핵심이다. 물론 찬성 의견도 있다. 승부조작과 불법스포츠 도박은 무혐의 판결이 났고, 단순 도박도 유·무죄가 명확치 않은데다 소규모이니 지난 3년여 간 징계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것.
하지만 대다수 농구팬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증거불충분으로 두 가지 혐의에서 벗어났지만, 법리적 측면이 아닌 도덕적 측면에서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단순도박으로라도 일단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리그 전체의 결정사항을 무시하면서까지 전 전 감독을 다시 부른 KCC 구단의 행보에 대한 반발 심리도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농구팬들은 KCC가 지난해 농구계 안팎의 큰 반발을 샀던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에도 유일하게 찬성했다는 점까지 끄집어내 지나친 '구단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이런 여론의 움직임은 KBL에도 대단한 부담으로 작용할 듯 하다. 어쩌면 이번 사안이 이정대 신임 KBL 총재 집권 초기의 최대 난제가 될 수도 있다. 이 총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L에 부임하며 '쇄신'과 '혁신' 그리고 '팬과의 소통'을 향후 KBL의 비전으로 내세웠다. 지난 10월10일 열린 2018~2019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열정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이런 변화 의지를 강조하며 '와이드오픈 KB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구태의연했던 전임 김영기 총재 체제에 실망했던 농구팬들은 전문경영인 출신 이 총재의 변화 노력에 관심을 보였다. 아직 확실한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여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던 시점이다. 이런 이유로 팬들은 이번 재정위원회의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정이 향후 이정대 총재 체재의 성격 자체를 규정 짓는 잣대가 될 듯 하다. 과연 KBL 재정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프로농구의 미래'가 아닐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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