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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허재호의 한계, 허웅 허훈 선택의 연결고리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8-08-31 16:00


허 재호는 좌절했다. 30일 열린 아시안게임 준결승 이란전에서 80대68로 완패했다. 1쿼터부터 리드를 당한 채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했다.

문제가 있다. 단지 4강전 1게임을 졸전을 펼쳤다는 문제가 아니다. 허 재 감독의 지도력의 한계, 그리고 거기에 따른 허 웅과 허 훈의 '무리한' 발탁이라는 비판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더욱 중요한 지점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던 대표팀의 경기력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해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단지 4강전 1게임의 졸전의 문제였을까. 허 재 감독의 선택은 많은 문제점을 담고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4강 이란전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허 재 감독. 【 연합뉴스】
KOR든 스테이트? 빛좋은 개살구

지난해 한국 대표팀은 '코든 스테이트'라는 멋진 애칭을 얻었다. 공간을 적극 활용, 엄청난 외곽포를 터뜨리면서 경기력과 함께 화려함을 갖춘 대표팀의 경기력 때문이었다.

사실 이 애칭은 '양날의 검'이다. 스페이싱으로 대변되는 현대 농구의 트렌드가 한국 대표팀에 맞지 않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권장해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수비였다. 특히, 외곽 수비는 문제가 있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데스 매치'인 국제 대회에서 수비력은 특히 중요하다. '스페이싱 농구의 정점'에 있는 NBA 골든스테이트가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 결과는 상대적이다. 약팀을 만날 때는 한국 농구의 스타일이 더욱 화려하고 위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단, 수준이 비슷한 팀을 만나거나, 우위의 팀을 만나면 수비 약점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허 훈, 허 웅의 발탁이 논란이 되는 핵심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에서 절호의 기회였다. 김종규 오세근 이종현 등 핵심 빅맨들이 빠졌지만, 라틀리프가 귀화하면서 골밑은 여전히 괜찮았다. 여기에 궂은 일을 하면서도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슈팅능력을 지닌 이승현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상대팀도 해볼 만했다.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중동 국가들은 아시안게임보다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집중한다. 레바논은 출전하지 않았고, 카타르, 시리아는 풀 전력이 아니었다.

필리핀은 조던 클락슨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주전들이 징계로 대거 빠졌다. 다크호스로 꼽혔던 일본은 '유흥주점 파문'으로 사실상 그로기 상태였다. 이란과 중국은 어떨까.


이란은 하다디, 니카 바라미가 건재했지만, 두 선수는 노쇠화 현상이 분명 있었다. 하다디는 느려졌고, 니카 바라미 역시 운동능력과 득점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란 세대교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포워드 아잘란 카자미는 발목부상으로 준결승에 결장했다. 중국은 NBA리거 딩안유항, 저우치 등이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예전 전성기 중국처럼 확실한 리더가 없고,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경험과 테크닉의 레벨은 떨어졌다.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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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부에서 일어났다. 허 재 감독의 대표팀 엔트리 발탁은 의문점이 있었다. 허 훈, 허 웅도 문제였지만, 전준범, 허일영, 강상재 등을 포워드진으로 발탁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았다.

라틀리프가 귀화했을 때, 전력은 큰 상승폭이 생긴다. 일단, 한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센터가 아시아 무대에서 장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선택지가 발생한다.

라틀리프가 중심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라틀리프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건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대표팀의 순수한 전력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라틀리프의 의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란과 중국을 이기기 위한 한국의 최대장점은 트랜지션과 활동력이다. 라틀리프 이승현은 빅맨으로 속공 가담 능력이 최상급이다. 게다가 김선형이 있다. 즉, 정적인 라틀리프의 골밑 1대1, 혹은 2대2 공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트랜지션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력과 높이를 갖춘 풍부한 포워드진을 준비해야 하고, 12명이 모두 뛰는 로테이션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허 감독의 선택은 라틀리프의 1대1과 거기에 따른 파생 옵션(외곽 3점슛)이었다. 포워드 요원들을 보면, 대부분 활동력과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슈팅능력이 좋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허 훈, 허 웅, 전준범, 허일영, 강상재다. 특히 포워드진은 운동능력과 활동력은 떨어지지만 패턴에 맞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고 슈팅 능력이 괜찮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재앙으로 다가왔다.


허 재 감독의 선택은 명백한 실패였다. 허 웅과 허 훈 발탁 논란까지 가중되는 형국이다. 과연 문제가 뭘까. 이란전 패배 이후 아쉬워하는 대표팀. 【 연합뉴스】
이란전 아킬레스건들

첫번째 문제는 전반에 발생했다. 이란은 3점슛을 많이 던졌다. 단순한 2대2 공격 이후 슛 찬스가 나오면 바로 던졌다. 한국 수비에 문제가 생겼다. 스크린 이후 가드와 빅맨들의 수비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유재학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시절에도 있었다. 2013년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 필리핀전에서 여과없이 드러났다. 당시 필리핀 가드들의 2대2 움직임이 워낙 좋았다. 여기에 한국 빅맨들이 제대로 외곽을 체크하지 못하는 약점이 겹쳐졌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은 빅맨들의 외곽 수비를 강화하면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의문스럽다. 사실 라틀리프와 이승현의 헤지(hedge.스크린을 하면, 순간 볼을 잡은 공격자는 슛 찬스가 생긴다. 이 부분을 막기 위해 스크리너의 수비자(주로 빅맨)는 볼 핸들러의 슈팅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마크하는 행위가 헤지다) 능력은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란의 가드들은 스크린을 받은 뒤 쉽게 쉽게 슛이 올라갔다. 즉, 2대2 수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즉, 부족한 외곽 수비(외곽 수비력이 부족하다고 할 때 단지 1대1 수비능력만은 아니다. 스크린이 매우 중요한 공격 수단이 된 현대 농구에서 스크린을 받을 때 외곽에서 어떤 대응을 하느냐가 수비력 측정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로 이란의 공격루트는 더욱 많아졌다.

김선형이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다. 허 웅, 허 훈 역시 마찬가지. 전준범 허일영 강상재 역시 운동능력으로 상대를 수비로 압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즉, 한국 대표팀 엔트리 중 외곽 수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는 박찬희 밖에는 없다. 그런데 박찬희의 출전시간은 준결승에서 0분. 뛰지 않았다. 후반전, 3-2 지역방어로 수비를 바꿨다. 2차례 이란의 공격이 주춤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후 이란은 양쪽 사이드와 중앙으로 볼을 쉽게 쉽게 투입하면서 가볍게 지역방어를 분쇄했다. 지역방어의 완성도도 좋지 않은 대표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수비를 제대로 할 요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란은 후반, 퍼리미터(3점슛 라인 안쪽과 자유투 라인 바깥의 미드 레인지 지역) 지역으로 공격 중심을 옮겼다. 한국이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후반, 전준범, 허일영을 동시에 많이 기용했는데, 이란의 장신 포워드진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대했던 공격은 이란의 간단한 스위치 디펜스에 막혀 버렸다. 당연히 장기인 3점슛(14개 시도 4개 성공 29%)은 효율성이 극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승할 수 있는 선수 구성 아니었다

한국은 이란전에서 김준일, 박찬희, 허 훈, 강상재 등을 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허 재 감독의 구상으로는 라틀리프를 중심으로 외곽 슈터를 배치하고, 화력전을 하는 패턴을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쉽고, 너무 안일한 구상이다. 우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비를 강화하고, 상대 약점을 찌르기 위한 다양한 공격패턴은 필수다.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선수 구성 역시 당연히 문제다. 전준범과 허일영은 좋은 선수다. 허 훈과 허 웅도 나쁜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좀 더 필요한 카드가 있어야 했다. 허 훈과 허 웅을 발탁하기 위해 한국 포워드진은 우승후보 중국, 이란에 대응할 수 있는 포워드 카드를 날려 버렸다. 허 웅과 허 훈을 발탁하기 위해, 필요했던 '포워드 기회비용'은 뼈아팠다.

농구 팬이 허 웅과 허 훈의 발탁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일부에서 지적하는 '이종현 오세근 김종규 이대성 등이 부상인 상태에서 또 다른 대안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 많은 선수를 실험해야 했다. 그런데, 한정적이었다. 이대성의 경우에도 한-일 친선전 때 대표팀에 겨우 발탁됐다. 두경민도 제대로 테스트하지 않았다. 여기에 3대3 농구 대표팀으로 간 안영준 양홍석을 비롯해 정효근 송교창 등을 제대로 실험하지 않았다. 대표 선발 과정에서 유재학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예전 국가대표 강화위원회)과 허 재 감독의 약간의 마찰도 있었다. 유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 확정 당시 '이란 중국 등 결승 상대를 위해 포워드진을 보강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문제제기를 했고, 허 재 감독은 '(성적에 대해)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훈과 허 웅의 발탁에 대해 경기력 향상위원회가 문제제기를 했지만, 허 감독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얘기로 마무리했다.

두번째, 엔트리 발표 이후, '허 웅 허 훈 논란'에 대해 허 재 감독은 어떤 공식적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심각한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농구 팬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연히 대표팀 사령탑은 여기에 대해 언론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허 웅과 허 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식적 멘트는 없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우승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결국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실패했다. 이후, 대표팀이 문제다. '라틀리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의존도를 낮추는' 농구가 필요하다. 스페이싱과 라틀리프의 골밑 장악능력이 동시에 발현될 수 있는 농구가 대표팀에는 필요하다. 매번, 국제대회는 한국남자농구에게 숙제를 남긴다. 이제는 '방치'하지 말고 풀어야 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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