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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우승]숱한 위기 이겨낸 문경은의 유연함. 우승자격 있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8-04-18 20:52


서울 SK 문경은 감독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두 팔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람보 슈터' 문경은은 한국 농구의 슈터 계보를 잇는 선수였다. 프로에서 14시즌을 뛰며 통산 610경기에서 9347점을 기록해 역대 통산 득점 4위에 올라있는 문경은은 통산 3점슛 1669개로 1위에 올라있다. 은퇴한지 꽤 됐음에도 지금도 연습 슈팅도 없이 3점슛을 던져 성공시킬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1994년 연세대학교 재학 때 농구대잔치에서 우승을 했던 문경은은 졸업후 실업과 프로에서 유난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시절 유일한 우승이 서울 삼성 썬더스에서 뛰었던 지난 2000∼2001시즌이었다. 당시 평균 18득점을 하며 우승에 일조했던 문경은은 이후 우승하는 다른 선수들만 지켜봤다. 인천 SK와 인천 전자랜드, 서울 SK에서 뛰며 2009∼2010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할 때까지 우승반지는 딱 1개였다.

그리고 2011∼2012시즌 서울 SK 나이츠의 감독 대행으로 지도자를 시작했는데 당시 9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문경은 감독은 대행 딱지를 뗀 2012∼2013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시즌 우승을 이뤘다. SK 역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이었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은 울산 모비스의 것이었다. 자신감과 패기가 넘쳤던 신참 문 감독은 모비스의 '만수' 유재학 감독에게 챔피언결정전서 4연패로 무릎을 꿇었다. 모비스는 팀의 중심인 헤인즈를 철저히 막아 SK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전략과 SK가 자랑하는 3-2 지역 방어를 뚫는 공격 패턴으로 SK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문 감독은 절치부심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헤인즈와 함께한 2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오르긴 했지만 챔프전까지는 가지 못했다. 헤인즈가 없는 지난 2년 동안엔 팀 성적도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SK는 문 감독의 지도력을 믿었다.

그리고 2017∼2018시즌. 헤인즈를 다시 영입한 SK는 헤인즈를 중심으로한 빠른 농구로 다시 정면돌파에 나섰다.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위기를 헤쳐나가며 우승에 한발한발 다가섰다. 개막전서 주전 가드 김선형이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를 맞았지만 빠른 포워드 농구로 헤쳐나갔다. 최준용 안영준 등 키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시즌 후반에 주춤해 3위까지 떨어졌지만 막판 돌아온 김선형과 함께 상승세를 타 시즌 최종전서 전주 KCC 이지스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또 악재가 터졌다. 헤인즈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출전이 불가능해진 것. 공-수의 핵심이었던 헤인즈의 부재는 곧 SK의 몰락과 같은 것이었다. 제임스 메이스를 대체 선수로 데려온 문 감독은 그를 이용한 경기로 다시 일어섰고, 원주 DB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선 2패를 먼저 당하고도 4연승을 하는 KBL 역사상 최초의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냈다.

7년의 지도자 생활을 한 그는 어느덧 유연해졌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작전과 선수 기용을 할 줄 아는 감독이 됐다. 그리고 SK에겐 18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자신도 17년만에 우승 반지를 받게 됐다. 빠르고 활기찬 농구로 우승까지 만들어낸 '지도자' 문경은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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