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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여자농구 감독님들, 그렇게 화내다 병납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01 11:22



"아, 열받게 하네."

2017년 마지막날 열린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 위너스와 청주 KB스타즈의 경기. 4쿼터 큰 점수차로 앞서던 KB스타즈가 수비에서 실수를 하며 국내 백업 선수들만 뛰던 KDB생명 선수들에 골을 허용했다. 두자릿수 점수 차이임에도, 따라잡히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선수들에게 화를 냈다. 선수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장면에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안 감독 뿐 아니다. 여자농구를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신기성 감독은 경기 중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은 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도 최고 명장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선수들에게 치는 호통도 1등이다. 조금만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럭버럭 화를 내 경기만 끝나면 목소리가 쉴 정도다. 코트의 신사라던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임근배 감독도 경기를 보다 보면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선수들이 집중해 작전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어느정도 강한 질책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여자농구의 문화는 전혀 프로답지 못하다. 감독들이 선수들을 경기 내-외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군대보다 더 심한 듯한 엄한 기운이 느껴진다. 안그래도 어린, 여린 여자 선수들인데 이런 감독들의 호통에 주눅이 들어 자신감을 잃는다. 아마추어라고 선수들에게 화를 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감독과 선수 사이 문화를 보면 분명 여자농구는 프로 아닌 아마추어다.

선수들이 주눅드는 걸 떠나, 이걸 지켜보는 팬들 역시 심기가 불편해진다. 저렇게 화를 내 기계처럼 움직이는 선수들이 잘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생각이 들 정도다. 프로라면 감독의 지휘 아래 자신들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는데, 그런 플레이를 했다가는 오히려 욕을 먹는다.

감독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자신들의 명예, 그리고 밥줄이 달린 일이다.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하게 말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여자농구 벤치 문화는 지나치다.

못하고 싶어 일부러 감독의 지시를 어기는 선수는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잘하고 싶은데, 안되면 감독보다 더 답답한 게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에게 맹수처럼 감독이 달려들면, 그들은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선수 이전 사람이다.

여자프로농구는 존폐 위기에 빠져있다. 날이 갈수록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처지도 안좋아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 '몰빵농구'의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프로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가운데,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면 팀을 이끄는 감독들부터 프로다워질 필요가 있다. 곧 뒷목 잡고 쓰러지는 감독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에 어떤 어린 선수들이 프로농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우겠는가. 실제로, 코칭스태프와 선후배 사이 지나치게 엄격한 문화에 일찍 농구를 포기하는 어린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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