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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 하고 수준 높은 경기 내용, 팽팽한 라이벌 의식, 그리고 거친 신경전까지.
두 경기는 그야말로 혈전이었다. KGC가 승리한 첫 번째 경기는 단신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의 퇴출 논란까지 더해지며 최고의 화제 경기가 됐다. 당시 잠실실내체육관은 모처럼 만에 만원 관중으로 들어찼고, 양팀 선수들은 마치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듯한 전쟁같은 경기를 했다. 이 경기에선 4쿼터 문태영의 쓸 데 없는 공격자 파울로 경기 흐름이 KGC쪽으로 넘어갔다.
8일 설욕전은 역으로 문태영이 4쿼터 승부처 미친 활약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KGC 캡틴 양희종이 4쿼터 항의를 하다 테크니컬을 받는 시점이 경기 흐름을 바꿨다. KGC는 주포 오세근이 허리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지만,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대등한 경기를 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각 팀들의 현재 전력, 분위기 등을 놓고 봤을 때 삼성과 KGC가 끝까지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남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제도상 1, 2위 팀이 4강에 선착하게 돼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오는 하위팀들보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이 훨씬 높다.
만약 삼성과 KGC의 챔피언결정전 매치업이 만들어진다면, 최근 십수년 동안 열린 챔피언결정전 중 가장 뜨거운 승부가 벌어질 수 있다. 포지션별 라이벌 의식이 가득하다. 문태영-양희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리그 최고의 앙숙이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데이비드 사이먼(KGC)의 자존심 대결도 볼만 하다. 키퍼 사익스(KGC)는 자신이 마이클 크레익(삼성) 때문에 두 번이나 퇴출될 운명이었던 것임을 잘 알기에, 더욱 이를 간다. 지난 두 경기 모두 사익스의 활약이 대단했다. 오세근(KGC)의 아성에 김준일(삼성)이 도전한다. 선수 뿐 아니다. 선수로는 쉽게 넘을 수 없었던 이상민 감독(삼성)의 벽을 김승기 감독(KGC)는 지도자 자리에서 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멀지 않은 서울 잠실과 안양을 오가기 때문에 관중 동원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양팀의 유니폼마저 블루(삼성)-레드(KGC)로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한 농구인은 "열심히 하는 다른 팀들에게 미안한 얘기일 수 있지만, 삼성과 KG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다면 정말 재밌는 명승부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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