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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분석]모비스 회심의 카드, 오리온스 어떻게 반격했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9-29 18:47


천대현은 모비스 회심의 지역방어 핵심이자, 두 차례 스틸로 조 잭슨을 멘붕에 빠뜨린 주인공이었다. 돌파장면. 사진제공=KBL

'만수(만가지 수)'라는 애칭을 얻고 있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이다. 하지만, 지략과 팀 전술에 관해서 추일승 감독 역시 확실한 능력을 갖춘 사령탑이다.

경기 전 '더블팀이나 로테이션 수비 때 들어가는 타이밍이나 상대 선수에 따른 수비 위치를 세밀히 조정하는가'라고 묻자 "그렇다. 더블팀은 생각없이 들어가면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답변에는 당연하다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령탑들은 여전히 프로에 존재한다. 그 필요성을 못 느끼는 지도자도 비율이 매우 높다)

오리온스는 골밑이 상대적으로 낮다. 때문에 더블팀과 유기적 지역방어가 필수다. 이 부분에 대해 추 감독은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추 감독이 소신을 가지고 포워드를 중심으로 한 공격농구를 지향할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다.

(두 사령탑의 가장 큰 차이는 선수단 장악력이다. 유 감독은 확고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동근 함지훈의 중심이 탄탄하다.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실전에서 제대로 발현된다. 반면 오리온스는 극심한 멤버의 변화에 따른 중심이 약하다. 노련한 헤인즈와 문태종을 영입한 이유. 결국 추 감독의 준비는 실전에서 100% 발휘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두 사령탑이 울산에서 만났다. 29일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모비스와 오리온스가 부딪혔다. 83대74, 오리온스의 승리. 결과는 예상대로였지만, 내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벤치의 지략대결은 '명품'이었다.

프롤로그

경기 전 추일승 감독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양 팀의 전력 차이는 확실했다. 모비스는 리오 라이온스의 시즌 아웃(아킬레스건 파열) 함지훈의 공백(허리부상) 양동근의 대표팀 차출 등이 있다. 한마디로 원-투-쓰리 펀치가 모두 없다. 이승현이 대표팀에 차출됐지만, 오리온스의 포워드진은 여전히 두텁다.

추 감독은 "모비스는 팀 자체가 워낙 뛰어나다. 주력들이 없어도 그냥 질 팀은 아니다. 우리 팀의 정신력이 문제"라고 했다. 자칫 방심했다간 모비스의 페이스에 그대로 잡힐 수 있다는 의미.


그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양 팀의 활동량에서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모비스가 끈질긴 수비로 오리온스의 예봉을 차단했다면, 오리온스는 느슨한 움직임으로 내외곽의 수비 허점이 많았다. 결국 22-19, 3점 차의 모비스 리드. 예상 밖의 결과였지만, 양팀 움직임을 본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헤인즈는 이 부분에 대해 경기가 끝난 뒤 "모비스는 좋은 팀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문제도 많았다"고 했다.

만수의 카드

2쿼터 모비스가 드디어 준비했던 카드를 펼쳤다. 오리온스는 애런 헤인즈 대신 포인트가드 조 잭슨이 들어왔다. 그러자 모비스는 변형 지역방어(올 시즌 처음으로 보이는 전술이다. 워낙 변화가 극심하다. 형태는 2-1-2가 기본이지만, 때로는 2-3, 때로는 3-2의 형태가 된다. 빅터가 페인트존 중간지점에 서며 수비의 중심이 된다. 앞선은 외곽을 강하게 압박하고, 때로는 빅터가 3점라인 정중앙까지 공격자를 커버한다)를 펼쳤다.

조 잭슨이 나올 경우를 대비한 준비된 존 디펜스다. 잭슨의 가장 큰 강점은 날카로운 골밑돌파다. 상대 빅맨이 막아 설 경우, 공중에서 몸 컨택트를 한 뒤 뛰어난 바디 컨트롤로 골밑슛을 성공시킬 정도다. 하지만 그가 게임을 리드할 경우, 팀 전체적인 공격루트가 단순해진다. 골밑돌파 혹은 2대2에 의한 공격루트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 결국 모비스의 존 디펜스는 완벽히 먹혔다.

중앙에서 드리블할 때 앞선 수비수가 타이트하게 마크했고, 돌파하면 빅터가 막아섰다. 게다가 더블팀 움직임까지 있었다. 결국 잭슨은 2쿼터 4분23초를 뛰면서 2득점, 2실책을 범했다. 이 과정에서 천대현은 두 차례나 잭슨의 공을 스틸, 공격으로 연결시켰다. 점수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2쿼터 50.6초를 남기고 42-28, 14점 차까지 벌어졌다. 확실히 모비스는 기대 이상, 오리온스는 기대 이하의 움직임.

그런데 복선이 깔렸다. 오리온스는 이현민의 과감한 크로스 패스에 의한 허일영의 3점포가 터졌다. 오리온스 힘이 느껴지는 장면. 여기에 전반전 버저와 동시에 이현민의 골밑 슛이 터졌다. 모비스는 전반전 완벽했지만, 2쿼터 막판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연속 5득점.


결국 모비스는 헤인즈를 제어할 수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를 정확히 배치했다. 사령탑의 가장 큰 임무는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게끔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승부를 가르는 헤인즈의 덩크슛 장면. 사진제공=KBL
공격으로 활로를 뚫은 추일승 감독

미디어데이 때 몇몇 감독들은 오리온스에 대해 "공격력이 특화된 팀"이라고 했다. 그만큼 공격이 좋은 선수가 많다. 하지만 수비가 흔들리면, 결국 우승은 쉽지 않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강력한 스위치 디펜스와 지역방어의 수준은 떨어지지 않는다. 추 감독은 3쿼터 전정규를 투입했다. 이날 오리온스 외곽슛은 좋지 않았다. 전반 야투율은 22%(9개 시도 2개 성공). 단지 외곽 보강은 아니었다. 헤인즈에 대한 활용폭을 더욱 넓히기 위해서였다. 전반 오리온스가 뒤진 이유 중 하나는 외곽슛의 부정확함과 거기에 따른 헤인즈의 의존도가 심해졌기 때문. 결국 모비스는 내외곽에서 모두 오리온스 공격을 제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정규가 들어가자, 모비스 입장에서는 헤인즈에 대한 집중마크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헤인즈는 미드 레인지 부근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커스버트 빅터를 여러차례 제치며 득점을 집중했다. 결국 후반에만 26점을 집중하며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 와중에 전정규 역시 고비마다 3점포 3방으로 지원사격.

조금씩 점수 차가 좁혀졌고, 결국 4쿼터 4분33초, 무득점에 그치고 있던 문태종이 회심의 3점포를 날렸다. 65-65 동점. 모비스 외국인 선수 빅터는 체력적 한계 상황. 라이온스의 공백이 뼈져린 순간이었다. 오리온스는 헤인즈가 계속 골밑돌파를 감행했다. 결국 76-74로 앞선 경기종료 2분4초 전. 헤인즈는 두 차례의 골밑 슛으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예상보다 알찼던 경기내용. 조 잭슨을 무력화시킨 모비스의 회심의 변형 존 디펜스 카드는 매우 강렬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끝내 역전을 시켰다. 오리온스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는 경기. 추일승 감독은 "좋지 않은 경기력이었지만, 끝내 역전을 시킨 경기내용은 우리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오리온스의 부족했던 끈끈함과 조직력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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